[프라임경제] 뜬금없는 질문 하나. ‘자장면은 중국음식인가?’ 더 뜬금없는 질문. ‘자장면은 우리나라의 향토음식인가?’ 대답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깬다.
자장면은 대한민국 인천직할시가 지정한 ‘향토음식’이다. 그렇다면 전국 수만 개 중국음식점의 자장면은 어느 나라 음식인가. “물론 한국의 향토음식”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곳. 인천시 중구 북성동 차이나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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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북성동 차이나타운은 100여년 동안 화교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 ||
◆ 맛의 향수 자극하는 중국인 거리
인천 차이나타운은 그리 크지 않다. 겨우 2블록의 거리에 화교들이 경영하는 중국음식점 몇몇과 그네들이 입는 중국 전통의상 판매점, 전통생활용품점 몇 개가 고작이다.
그러나 이 거리에 들어서면 무언가 다르다는 이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곳은 이방인들이 세운 그들만의 거리이다. 그렇다면 요즘 이 거리를 즐겨 찾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손님’이다. 주인은 100여 년 이상 거리를 차지했던 중국교민, 즉 화교들이다.
때문에 인천 차이나타운은 그 규모와 관련 없는 이방(異邦)의 거리가 된다. 차이나타운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먼 곳에서 달려온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특별한 한 끼. 어느 동네에서나 맛볼 수 있는 중국음식과 별 차이는 없지만 원류는 분명 따로 있다는 믿음 하나로 먼 거리를 달려온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대다수 중국음식점은 그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다. 한국인에게 차이나타운은 바로 ‘맛’의 향수(鄕愁)와 다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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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자유공원 오르는 길의 차이나타운에는 옛 향수를 자극하는 중화요리집이 즐비하다. | ||
◆ 이국적 풍경 가득한 차이나타운
겨울바람이 부는 북성동 언덕길은 제법 쌀쌀하다. 인천역 광장에서 길을 건너면 곧바로 언덕으로 오르는 길. 맥아더라는 미군 장성의 동상까지 세워둔 ‘자유공원’으로 이어진 길이기도 하다.
언덕길로 한 블록쯤 오르면 중국 냄새가 물씬한 큰 건물이 시선을 제압한다. 그러나 특별한 의미를 지닌 건물은 아니다. 북성동 동사무소를 그렇게 지어놓았을 뿐이니까.
인천시의 특별한 계획인 차이나타운 육성책에 따라 마련한 동사무소란 설명을 듣게 된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중국 관광객들은 자장면과 탕수육 맛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인천시는 당초 송도 신도시에 대단위 차이나타운을 별도로 세운다는 계획을 마련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아무튼 차이나타운 언덕길을 70여m 오르면 비로소 울긋불긋한 중국의 상가 풍경이 나타난다. 양쪽 길을 따라 들어선 10여 개의 중국음식점이 연출한 모습이다.
더욱이 이 지역은 조선의 개항과 함께 세워진 중국인 거리라는 유래에 걸맞을만한 고색(古色)을 지니고 있어 마치 중국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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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멀지 않은 월미도에 조성한 공원. | ||
◆ 중국 노무자 애환 배어있는 향토음식
이 거리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중국음식점은 ‘풍미’. 40여 년 째 한 자리에서 자장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따로 있다. 드럼통 굵기의 붉은 기둥이 눈에 띄는 ‘자금성’.
지난 98년 문을 열었으나 주인 손덕준 씨 또한 이 지역에서 자장면을 먹고 성장한 인천 토박이 화교라고 한다. 손 씨는 자장면을 인천시 향토음식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손 씨는 “자장면은 인천에서 만들어졌고 이제 북경으로 진출해 중국인의 인기를 끌고 있는 향토음식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찌감치 중국요리를 배워 고향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서울 특급호텔 중국음식 조리장을 지낸 요리사이기도 하다.
자장면은 인천 개항 이후 쏟아져 들어온 중국 노무자들에게 팔던 춘장에 비빈 국수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수레에 솥을 싣고 나가 면을 삶은 뒤 춘장을 얹어주다가 고기를 넣어 볶기도 하고 철따라 야채를 첨가하면서 점차 제대로 된 음식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를 지금의 차이나타운에서 번성했던 청요리집 ‘공화춘’에서 메뉴에 포함시킨 것이 본격적인 자장면의 원조가 됐다.
따라서 인천 차이나타운을 찾는 여행은 자연스럽게 ‘자장면 원조순례 기행’이 된다. 작지만 그 의미가 적지 않은 주말나들이 길이 된다.
인천 차이나타운 기행을 마친 뒤 10여 분 거리의 월미도를 찾아 서해바람을 쐬거나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을왕리 해변을 찾는 것은 여유 있는 여행길의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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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미도에서 영종도로 건너가는 유람선. | ||
◆ 가는 길
인천역을 찾아가면 역 건너편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월미도는 인천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으며 승용차로는 10분 거리다.
◆ 먹을거리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중국집은 자금성(032-765-0307)과 대창반점(032-772-0937), 풍미(032-772-2680),
주경루(032-764-0307), 대원각(032-765-5688), 신승반점(032-763-5395) 등이다. 모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자장소스 만들기 비법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