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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8000억원 사회환원, 평가 엇갈려

경총 "의미있는 결단" 민주노총 "돈으로 해결될일 아니다"

최봉석 기자 기자  2006.02.08 09: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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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매우 의미있고 용기있는 결단이라고 본다.” “돈으로 다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총과 민주노총이 8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재 8000억원의 사회 환원 입장 발표에 대해 내린 평가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경제계와 이 기업의 불법과 탈법, 편법에 대해 끊임없는 문제를 제기해왔던 노동계의 시각을 보여주는 상반된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국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삼성이 내린 결단은 삼성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삼성의 사재출연은 금액면에서 최대규모일 뿐만 아니라 환원재산의 운영주체도 사회에 맡김으로써 기업 기부문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를 계기로 삼성이 치열한 국제경쟁속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써 위치를 확고히 하고 우리 경제발전에 앞장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칭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국민적 기업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더 한층 다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의미있고 용기있는 결단”이라며 “삼성이 국민 속에 기업임을 천명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이어 “사회적 공헌은 기업이 회피할 수 없는 과제라손 치더라도 기업의 궁극적 사회공헌은 질 높고 값싼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있는 만큼 지금까지 삼성이 보여준 성장과 수출이 계속되는데 최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일부 시민단체들도 삼성에 대한 무조건적 억측과 비난보다는 협력과 화합의 자세로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풍토 조성에 힘써 주길 기대한다”고 주장,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에게 전환사채가 넘어가는 과정에 삼성비서실이 개입한 정황을 잡고 경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이건희 회장의 사회공헌 계획보도가 대서특필되고 있다”면서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저질렀던 불법과 탈법, 편법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평가한 뒤, “먼저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법적, 사회적 책임을 지면서 그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대책을 내놓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삼성은 돈으로 비리를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비리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엇갈린 반응 속에서 언론들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이 같은 평가와 180도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계의 목소리를 꾸준히 대변해오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들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8000억원 사회 헌납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라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기업이건 기업주건 재산을 아무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달에 유해한 전례가 될지 모른다”면서 “이 회장 일가가 8000억원을 내놓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것은 강압적 군사정권하에서 번번이 되풀이되던 재산 헌납의 과거사에 비추어봐도 분명한 일”이라며 “기업과 기업 종사자가 번 돈을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알아서 써달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책임한 태도”라고 삼성의 태도를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삼성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일부 받아들이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도 자유시장경제의 활성화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런 결정이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법과 규범보다 정부와의 관계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여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과 같은 진보적 색깔에 가까운 언론들은 오히려 삼성의 태도를 조심스럽게 수용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회장은 며칠 전 귀국하는 자리에서 ‘전적으로 책임은 나 개인에게 있다’고 했는데 이런 겸손이 삼성 경영에 어떤 식으로든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삼성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반삼성 여론이 누그러지기를 기대할 것인데 우리 또한 그렇게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도 “한걸음 나아간 모습”이라며 “한국 재벌이 진화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