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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특집] 통신시장 재편<1>-LG 태풍 핵으로 급부상

파워콤 등에 업고 데이콤도 실적개선… 하나로텔레콤 M&A에 관심

조윤성 기자 기자  2005.09.30 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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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하나로텔레콤 인수무산으로 몰락의 길을 걷던 LG그룹 통신부문이 올해 하반기 통신시장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LG는 90년대말 PCS사업권을 획득하고 2000년부터 데이콤·파워콤의 연이은 인수로 KT와 SK텔레콤과 경합하는 통신 3강의 기대를 모았지만 2003년 하나로텔레콤의 경영권 인수 실패 이후 데이콤·LG텔레콤의 적자 행진과 투자 유보, 두루넷 인수 실패 등으로 시장에서의 입지가 대폭 축소됐다.

꼴찌로 추락한 LG그룹 통신부문 중 데이콤은 지난 몇 년간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겪으며 움츠렸던 모습에서 벗어나, 차세대 먹거리인 BcN사업을 위한 도약을 준비해 왔다.

이에 지난 달 초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한 파워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시장진입에 성공하고 LG텔레콤 역시 가입자 600만명의 벽을 넘어서며 올 상반기 대규모 흑자를 내는 등 도약의 기반을 다지고 있어 LG그룹이 고무되고 있다.

LG그룹은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만년꼴찌’의 오명에서 벗어나 KT, SK텔레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본격적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최근 진대제 장관에 이어 최태원 회장 등과 잇따라 회동한 것은 당장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LG그룹의 통신사업에 대한 전략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구본무 회장의 최근 행보는 LG그룹 통신계열사들의 최근 경영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대내외에 부각시키면서 통신시장에서 LG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장기 포석으로 분석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LG는 파워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것인지, 하나로텔레콤의 M&A를 통해 회사규모를 더욱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LG그룹이 통신사업을 지속하려면 데이콤·파워콤 간 합병보다는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먼저 이뤄지는 게 낫다고 평가해 왔기 때문에 통신사업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계열사인 파워콤에 전폭적인 지원을 실시하는 한편 하나로텔레콤의 재인수도 추진한다는 계획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LG그룹이 당초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려는 의도는 시외국제전화 사업자인 데이콤, 망사업자인 파워콤, PCS(개인휴대통신)사업자인 LG텔레콤을 엮어 유.무선 복합의 거대 통신사 업자로 거듭난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통해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는 계열 통신회사들 사이에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켜 통신사업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킨다는 방침이었다.

향후 KT와 SK텔레콤으로 대표되는 2강 구도가 LG그룹, 하나로텔레콤 등의 행보에 따라 상당히 바뀔 가능성이 높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치 앞도 알수 없이 급변하는 통신시장 환경을 점검하고 향후 통신시장 구도에 대해 5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 실패 시에는 통신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던 LG그룹이 파워콤을 무기로 통신업계의 ‘돌아온 풍운아’로 급부상하고 있다.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 등 통신계열사에 투자한 금액만도 1조원이 넘는 LG그룹은 그동안 지지부진한 실적을 나타내던 데이콤이 자회사 파워콤을 등에 업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통신업계 구조조정은 데이콤, LG텔레콤, 파워콤 등으로 대표되는 LG계열사가 통신사업을 확장 또는 축소할 것인지의 전략, 방향 설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찌감치 유선통신은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에 따른 업계 수익성 악화가, 무선통신은 2006년 이후 HSDPA,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서비스에 따른 서비스 차별화가 구조조정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파워콤 진출, 향후 시장판도의 관건

지난 달 초 초고속인터넷 소매시장에 본격 진출한 파워콤은 전국 규모의 광케이블과 광동축혼합망(HFC)을 보유한 대형 회선임대사업자이다.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출은 가입자수 619만명을 보유한 부동의 1위 사업자인 KT와, 두루넷 인수를 통해 가입자수를 405만명으로 확대한 하나로텔레콤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파워콤의 진출은 선발업체에 타격을 입히는 것과 함께 통신업계 구조조정의 방아쇠를 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워콤의 진입으로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더욱더 진흙탕이 됐고, 이 싸움에서 승리하는 업체만 살아남게 된다.

그 여파로 M&A(기업인수·합병)가 휘몰아칠 전망이다. 통신업계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 신규 가입자수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

결국 기존 가입자를 빼내오는 수밖에 없다.

과거 KT, 하나로텔레콤은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해 경품을 제공하거나 3~6개월 무료이용을 내세우며 격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위약금까지 대신 물어주며 가입자를 빼오는 경우도 있었다. 파워콤의 진출로 이보다 더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업계는 예측한다.

파워콤의 진출로 가장 타격을 받을 곳은 하나로텔레콤이다. 광랜 등 주력상품이 파워콤과 비슷해서다.

경영실적 저조로 하나로텔레콤이 마케팅 비용 지출이 용이치 않은 만큼 엑스피드 광랜을 보급하는 파워콤의 아파트 시장은 유통망을 장악할 경우 5.7% 가격차이만으로도 충분히 가입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파워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아파트랜방식의 엑스피드 광 서비스를 위한 시설구축에 나서, 현재 전국 아파트 615만 세대 중 43%에 달하는 269만세대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커버리지를 확보했다.

또한 전국 규모의 HFC망을 기반으로 엑스피드 프라임도 전국 일반주택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파워콤은 시장 진입 초기 아파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엑스피드 광랜을 공격적으로 보급하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파트 시장은 일반 주택시장에 비해 영업이 용이하고, 단시일내에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콤은 영업을 담당할 유통망도 탄탄하게 구축했다. 파워콤은 현재 청약ㆍ개통ㆍ애프터서비스를 모두 담당하는 종합대리점 87개와 영업만을 전담하는 전문대리점 259개 등 총 346개 간접채널을 확보했다.

이렇듯 초고속인터넷시장의 향후 판도는 파워콤의 공격에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