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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쫙쫙 찢어지어 이 몸이 없어질지라도~”

[이인우의 주말여행] 황태의 본산 인제 용대리로 떠나는 늦겨울 여행

이인우 기자 기자  2006.01.28 1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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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설악산 고갯길인 한계령과 미시령, 그리고 진부령입니다.

홍천을 거쳐 설악으로 넘어가려면 반드시 거치는 곳중 하나가 미시령이고 오르기 전 갈림길에서 고성쪽으로 이어지는 진부령이 나뉩니다. 미시령과 진부령이 갈리는 곳.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입니다.

   
 
 
◆ 겨우내 눈속에 말린 황태의 환생

설악산 가는 길의 대표적인 삼거리인 용대리에서 매년 2월이면 축제가 열립니다. 오래전 산 너머 동해에서 잡아온 명태를 겨울 바람과 눈 속에 말린 황태가 축제의 주인공입니다.

가곡 ‘황태’에서는 깊은 겨울밤 가난한 시인이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그립니다. 여기서 황태는 자기 몸을 남김없이 바치는 살신성인의 공물(貢物)이 됩니다. 이름만은 남기를 바라는….

   
 
 
용대리에는 40여 년 전부터 황태덕장이 자리 잡아 대관령 덕장과 자웅을 겨루는 집산지가 됐습니다. 눈이 많고 바람이 찬 지역적 특성에 따라 용대리 황태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합니다.

이같은 지역 특산품을 두고 조용히 한 계절을 보낼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인제군은 매년 겨울이 끝날 무렵 축제를 엽니다.

황태축제이니 만큼 이 행사의 주인공은 누렇게 마른 황태입니다. 물론 가까운 바다에서 명태를 잡기 어려워진 지금 이곳 황태라고 해서 국내산은 아닙니다. 먼 바다까지 나가 잡아오는 원양태가 대부분입니다.

◆ 서른 세번 사람손길 닿아 만들어진 명품

그렇지만 원양태라고 해도 용대리 덕장에서 겨울을 보내면 구수한 맛 그만인 황태로 탈바꿈합니다.

명태는 눈동자로 신선도를 알아맞히는 생태에서부터 짧은 기간 말려 먹을거리로 삼는 북어, 꾸들꾸들하게 얼린 동태, 그리고 겨우내 눈을 맞아가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마른 황태로 나뉩니다.

그만큼 황태에는 사람 손길이 많이 닿습니다. 온전한 황태 한 마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33번의 손이 닿아야 한답니다. 본래 황태는 북한 함경도 지역에서 만들어내던 것이었습니다. 남북이 갈라지고 실향민들이 용대리 일원에 자리 잡으면서 남한 황태가 됐습니다.

황태는 들인 정성이 많은 까닭에 우리나라에서 귀하게 치는 음식재료로 꼽힙니다. 비슷하게 생긴 북어보다 한 수 위입니다. 술 먹은 다음날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이 되기도 하고 맛깔스런 고추장 양념을 보태 황태구이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 요리하든 담백한 맛과 향이 일품이란 찬사를 받습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서민들의 저장식품으로 사랑받습니다.

◆ 즉석 황태구이 체험 인기

그래서 설악을 찾는 관광객들은 용대리쯤 이르면 황태 한 두름이나 사갈까 하는 생각에 마을입구부터 기웃거리게 됩니다. 용대리에는 설악산에서 삐져나온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뚝 솟아있습니다. 바로 ‘매바위’입니다.

   
 
 
이 매바위는 겨울이면 인공적으로 흘려보낸 물이 얼어 빙벽꾼들이 피켈과 아이젠을 찍으며 기어오르기도 합니다.

황태축제는 용바위 아래 마을 일원에서 펼쳐집니다. 물론 황태덕장이 이 곳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집마다 먼 산 위에 덕장을 짓고 그곳에서 황태를 말립니다. 겨우내 마른 황태를 처음 풀어내는 곳이 바로 용대리인 셈입니다.

온전히 지역축제이지만 한 번쯤 일부러 찾아가 훈훈한 시골인심도 느끼고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황태요리의 맛을 보는 것이 별미입니다.

축제에서 가장 큰 인기는 황태구이 체험입니다.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해준 양념장을 얻어 청년회에서 나누어주는 황태에 발라 구워먹는 행사입니다. 스스로 해먹는 즉석요리인 만큼, 더욱이 수십년 공력이 담긴 양념장을 공짜로 얻어 쓰는 만큼 그 맛이 각별합니다.

   
 
 
2월 여행을 계획한다면 마지막 겨울산 풍경 감상과 맛기행을 겸하는 인제 용대리 황태축제로 행선지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 가는 길
양평에서 홍천을 거쳐 인제 방면으로 가는 6번 국도를 이용한다. 이곳부터 인제까지 도로확장포장 공사구간. 인제에 이르면 다시 4차선 대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인제에서 설악산 방면으로 계속가다 미시령 가는 길을 따르면 백담사 지나 용대리가 나온다. 숙박은 미시령 너머 설악산 관광단지에 즐비한 콘도나 속초시내 호텔, 여관 등을 이용한다.

◆ 먹을거리
용대3거리에서 진부령 쪽으로 200m쯤 가면 왼쪽에 ‘용바위식당’(033-462-4079)이 있다. 우리나라 황태요리의 원조라고 자부하는 곳이다. 직접 덕장을 운영하며 질 좋은 황태를 가져와 손님 상차림에 쓰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 양념장은 단순하지만 감칠맛 있고 소박하지만 정 깊은 식당이다. 식당 한켠에서 다양한 황태 가공품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