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인 기자 기자 2017.12.19 14:30:02
[프라임경제] 2017년 식품업계를 주도한 키워드는 단연 '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올 한해 식품업계는 연이어 터진 악재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더욱이 어느 때보다 사회적 이슈로 가득했다. 물론, 한숨과 고민이 주를 이뤘던 게 사실이지만 식품업계에게도 바람 잘 날이 있었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소비패턴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이 같은 분위기에 걸맞은 아이템을 식품업체들이 쏟아내며 새로운 트렌드를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이에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식품업계를 웃고 울게 만든 주요 키워드를 선정해 되짚어봤다.
최근 국내 소비 트렌드를 바꾼 키워드는 '1인 가구'다. 1인 가구 증가는 '가정간편식(이하 HMR)'이라는 트렌드를 만드는 동시에 가속화시켰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1000만 시대에 도래하는데도 일조했다. 덕분에 '펫푸드'가 신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수입맥주가 승승장구하던 국내 맥주시장의 변화무쌍한 흐름도 눈길을 끈다. 늘 새로운 것, 색다른 것을 좇는 소비 트렌드가 이번에는 지역맥주에 꽂힌 것이다. 특히 지역 특산물을 원재료로 한 수제맥주는 해외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한 상황.
◆'신 성장 동력' 가정간편식, 치열한 경쟁 중
올해 식품업계가 주목한 트렌드는 HMR. 최근 급증하는 1인 가구와 함께 간편하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맞벌이가구 트렌드에 맞춘 HMR이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MR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34.8% 증가한 2조2541억원. 2010년 당시 7700억원 규모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보인 셈이며, 올해 역시 3조원 상당에 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HMR인 CJ제일제당(097950) 햇반이 올해 기록한 연 판매량이 3억3000만개다. 지난 1996년에 출시한 이래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현재 누적판매가 20억개를 돌파한 상태다. CJ제일제당은 이런 국내에서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햇반 △비비고 △고메 3대를 포함한 HMR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더반찬을 인수한 동원그룹은 기존 건강식 HMR 전문 브랜드몰인 차림을 더반찬과 통합해 대규모 가정간편식 조리공장(서울 금천구 가산동)을 오픈하기도 했다. 동원홈푸드 제품은 소비자가 구매할 때까지 대기하는 제품과는 달리 수요에 따라 제작되고 발송되는 상품 특성상 신선함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동원홈푸드는 정기배송과 배달 강화에 대한 청사진도 제시해 오는 2021년까지 300여개 전문점을 구축, 온라인 연계를 통한 오프라인 채널에서의 접점도 늘린다는 구상이다.
또 한국야쿠르트 역시 브랜드 상징인 야쿠르트 아줌마 유통망을 기반으로 HMR 배달브랜드 '잇츠온'을 지난 6월 론칭했다. 이에 앞서 △오뚜기(007310) △대상(001680) △풀무원(017810) △신세계푸드(031440) △하림(136480) △농심(004370) 등 쟁쟁한 식품기업들도 HMR 사업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시장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반려동물시장 커지가 프리미엄 '펫푸드' 등장
1인 가구 증가는 HMR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까지도 증가하게 만들었다. 국내 반려동물시장은 2012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국내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30% 미만으로, 외산브랜드가 점령한 상황.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식품업계는 더욱 신선하면서도 건강한 국내 펫푸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신제품들을 속속들이 출시하면서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제일사료 애견사료부문을 물적 분할한 하림그룹은 하림펫푸드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펫푸드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휴먼 그레이드(Human Grade) 전략으로 국내 최초 합성보존제를 첨가하지 않은 펫푸드 리얼을 선보여 큰 화제를 불러왔다.
여기에 한국야쿠르트도 지난 6월 개발 담당 연구원 공개채용을 발표하면서, 유산균을 활용한 펫푸드 제품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끝 모를 맥주 인기…이제는 지역맥주·수제맥주
한편, 최근 다양한 맛과 향을 찾는 맥주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입맥주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개성 강한 지역맥주가 올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값싸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강서 △달서 △해운대 맥주 등 전국 주요 지명을 딴 지역맥주로 옮겨간 것이다.
이에 맞춰 홈플러스는 지역맥주 시리즈 5탄으로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KCB)의 '평창 맥주'를 내놓기도 했다.

또 지난 8월에는 국내 가장 큰 크래프트 맥주(수제 맥주) 양조장으로 '제주맥주'가 눈길을 끌었다. 제주맥주는 현재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이 맥주는 제주 물과 제주 청정 재료인 유기농 제주감귤 껍질을 사용해 은은한 감귤 향의 산뜻한 끝 맛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 인근에서만 볼 수 있던 수제맥주는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 전체 국내 맥주시장(4조6000억원) 가운데 수제맥주 규모는 200억원으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매년 100%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 규제완화로 내년 2월부터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도 중소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맥주를 구입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기존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수제맥주 3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치솟는 인기에 힘입은 국산 수제맥주들의 해외시장 수출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청와대 만찬주로 선택 당해 일명 '문재인맥주'로 불리는 중소기업 제품 세븐브로이는 국내 수제맥주 최초 맥주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달 첫 수출물량을 선적했으며, 내년 1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 전역에 맥주를 판매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