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구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자 은퇴 후 자산관리에 대한 방식도 변화하는 추세인데요. 이제는 '자산을 어떻게 모으고 굴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잘 빼서 쓸 것인가', 즉 자산의 적립·운용보다는 인출이라는 과제가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실제 지난해 퇴직연금 급여 16조원 중 55세 이상 퇴직자가 받은 금액은 36%에 달했고, 한 해 동안 연금저축에서 지급된 연금도 1조6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은퇴자들은 노후자금 인출에 대한 뚜렷한 전략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은퇴시장의 범위를 과거보다 더 확장해야 한다고 보고, 은퇴자가 보유자산으로 노후소득을 만드는 수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을 '은퇴소득시장(Retirement Income Market)'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나아가 시장 발전 방향을 살피기 위해서는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우리보다 10년가량 먼저 시작된 미국·영국·호주의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고 제언했는데요.
그 결과 이 세 국가들에서는 △높은 사적연금의 비중 △연금자산 규모에 비례한 연금화 경향 △인출 유연성 높은 투자계좌 선호라는 세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영국·호주의 경우 은퇴자 가계금융자산에서 퇴직연금,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 연금의 비중이 높습니다. 정부 당국은 은퇴자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출제도 정비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고요.
또 보유한 연금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연금화돼 정기적으로 인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호주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의 경우 적립금이 5만 호주달러(약 4300만원) 미만일 때는 55%만 연금화됐으나 20만~30만 호주달러(1억7000만~2억6000만원)일 때는 90%로 늘어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은퇴자들은 미국 개인퇴직계좌(IRA), 호주 연금투자계좌(ABP) 등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인출할 수 있는 투자계좌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들 국가는 사적연금 자산 인출 시 특정 상품이나 인출 전략을 강제하지 않고 각자 형편에 따라 꺼내 쓸 수 있도록 했죠.
이러한 사례로 비춰보면 정부와 금융회사, 개인의 역할이 분명해집니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은퇴소득시장을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금융회사는 사업 영역을 확장해 생애 자산 관리 서비스 전략을 완성해야 합니다. 또 개인은 안정적 노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야하겠죠.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먼저 정부는 일반인들이 퇴직연금, 연금저축을 중도인출하지 않고 은퇴시점까지 적립하도록 유도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한국형 인출모델을 바탕으로 규정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의 경우 연령별 기대여명에 따라 매년 반드시 꺼내 써야 하는 최소인출액을 정해놨는데요. 은퇴자 중 상당수가 이러한 규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바람직한 인출모델을 연구해 규정을 적립해야 한다는 것이죠.
더불어 김 연구원은 "금융회사는 금융자산 규모 등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해 시장별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고 최소소득 요건, 리스크 관리, 유연성에 따른 은퇴소득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각 개인에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