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의 주역 최순실씨에 대해 검찰이 14일 징역 25년과 벌금 1186억원을 구형했다. 또한 딸의 승마훈련 지원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받아 낸 77억9735만원에 대해서도 추징했다.
61세인 최씨가 검찰 구형대로 선고가 확정된다면 팔순 중반이 돼서야 감옥을 빠져나올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추징금을 포함해 1260억원 상당을 최씨가 실제로 부담할지 여부에 관심이 크다. 이미 확인된 것만 200억원대 부동산을 포함해 일가 합쳐 2000억원 이상 자산가로 알려진 만큼 경제적 궁핍을 이유로 수납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만 2000억대, 벌금·추징금 납부 '파란불'
특히 국회에 최씨 등 국정농단 세력의 불법축재와 관련해 국고환수를 추진하는 법안이 4건이나 계류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야가 합의할 경우 과거 박정희 정권과 고(故) 최태민 목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 본인과 전 남편 정윤회씨를 비롯해 일가 70여명의 재산목록을 파악한 바 있다. 최씨 일가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2230억원 상당에 달하고 예금 등 금융자산이 500억원 정도로 드러났다.
여기에 사망한 최태민 목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새마음봉사단, 육영재단, 영남학원을 사실상 주무르며 상당한 재산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꾸준히 재기되자, 지난 정부 시절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태민 일가의 비자금을 모두 찾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실제 독일과 유럽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최씨의 자금세탁 경로가 일부 드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재산환수를 추진하는 의원들은 공소시효가 지난 과거 비자금 내역까지 조사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앞 다퉈 법안 발의에 열을 올렸었다.
현재 법사위원회에 상정된 관련법은 총 4건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건, 국민의당과 정의당 의원이 각각 1건을 대표발의 했는데 각각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국정농단과 불법·부정축재 재산 진상조사 및 환수 등에 관한 특별법안(정의당 추혜선 의원) △국헌문란 등 행위로 인한 부정수익의 국가귀속 및 피해자 권리구제에 관한 특별법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행위자 소유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원(각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안민석 의원) 등이다.
◆文도 찬성한 '최순실 재산환수법' 국회서 묻힐 듯
통칭 '최순실 재산환수 특별법'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후보시절부터 동조한 대목이 적지 않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회 공청회에 참석해 "가칭 적폐청산 특별조사위를 설치해 국정농단에 직접 관련이 있는 부정수익을 조사하고 위원회 결정에 따라 환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최순실 방지법'은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돈을 지키는 법으로, 다시는 국민의 세금이 국정농단에 의해 불법적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밝혔었다.
이후 지난 7월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으로 꾸려진 일명 '최순실 은닉재산 추적팀'이 네덜란드에서 일가와 관련된 페이퍼컴퍼니를 발견했고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회에서 최순실 특별법의 통과는 요원해 보인다. 아예 여야 협상조차 불발될 가능성이 크고, 논의되더라도 내용의 상당부분이 수정되거나 조사범위 자체가 쪼그라들 개연성이 높다.
법사위는 지난달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4건의 법안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측이 난색을 표했고,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논의할 가치도 없는 법"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당시 소위 회의록을 보면 참석한 법무부 이금로 차관은 "특단의 사정이 않는 한 진정소급입법은 허용되지 않는데 국정농단 사건이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하는 지는 구체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진정소급입법이란 법률 불소급의 원칙 중 일부로 행위 당시 적법한 행위였다면 이후에도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이다. 즉 최씨의 은닉재산이라 해도 특별법을 이유로 무조건 몰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용어의 명확성과 위원회 역할 및 권한, 기존 법적 요건 충족 여부에서 위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정부와 사법부의 입장인 셈이다.
이를 근거로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아예 "법이라고 하기도 힘든, 법의 외피를 쓴 정치선동"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 역시 "지금 우리 소위에서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고 거들었다.
제1야당은 물론 행정부와 사법부까지 특별법 제정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최태민-최순실로 이어지는 일가의 막대한 비자금 의혹은 실체 없는 소문으로만 그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최씨에게 징역 25년 등을 구형한 검찰과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징역 6년에 벌금 1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원을 각각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