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체 시중은행들이 예외 없이 성과평가에 활용하고 있는 KPI(Key Performance Index·핵심성과지표)가 은행 수익성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KPI에 대한 과감한 개선 작업이 은행권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일부 주요 시중은행이 KPI가 불필요한 프로세스로 과당경쟁 등 부작용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KPI는 은행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핵심지표로 직원들의 인사고과 등 성과평가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통상 매년 초 KPI를 기초로 지점과 본부급에 집단 성과급이 지급되는데 이 지표가 고객의 이익보다는 단기적 영업 실적을 올리는 데 치중하도록 설계됐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 금융경제연구소가 국내 8개 주요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기업·농협·제일·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국내 은행산업의 과당경쟁 문제와 대안' 보고서에 따르면 KPI 항목이 많아질수록 은행원의 실적압박은 높아지고 은행 수익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KPI가 많아질수록 소비자 보호 항목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론도 도출됐다.
반면 소비자 보호 항목이 많아질수록 은행 수익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KPI 평가 항목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은행 수익이 저조해질 것이라는 염려를 일축 시켰다.
이와 관련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KPI 항목 증가는 은행 수익을 가져다줄 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KPI 항목을 늘리고 직원들에게 실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이뤄내는 수익성이 과연 효율적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은행 수익성을 깎아내는 KPI 전면 개선 의지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선임된 허인 KB국민은행장은 "KPI를 포함한 은행의 모든 제도 및 프로세스를 고객 지향적 영업활동에 맞춰 신속하게 고치겠다"며 "KPI에 매몰된 단기 성과주의, 자율성이 배제된 밀어내기식 프로모션은 우선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행장이 언급한 과당경쟁을 일으키는 KPI의 고객 지향적 개선은 고객금융경제연구소가 증명한 KPI와 소비자보호 상관관계에 따른 수익성의 양적 증가 효과를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KPI 변수와 소비자 보호 변수는 음(-)의 관계가 도출돼 KPI 항목이 많아질수록 소비자 보호 항목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KPI 항목 수가 많아질수록 감소했다.
금융연구원과 금융당국도 이번 과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이달 말까지 KPI 개편안 과제 수행을 완료하고, 금융감독원과의 협의를 거치고 공청회를 통해 최종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부 잘못된 KPI 항목이 은행 수익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데는 이미 은행권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KPI 확대가 은행 수익과 무관하다는 것이 증명됐고, 주요 시중은행장의 확고한 개선 의지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성과지표 수정 바람이 은행권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