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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지각사태 '역풍' 어디로 향하나

文 공약예산 42% 표류···핵심 '2대 쟁점' 두고 평행선

이수영 기자 기자  2017.12.04 11: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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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처리시한을 넘겨버린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국회 안팎의 전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민의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본회의 일괄타결을 꾀하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여당의 날치기 통과 가능성을 운운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文·與 지지율 고공행진, 야당 역풍으로?

이런 가운데 야당의 노골적인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 여론이 팽배하고 있어 막판 타결 가능성 역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각 여론조사 업체 정례조사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7개월차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70%를 웃돌고, 여당 지지율 역시 50%에 육박하면서 당장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닥칠 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은 탓이다.

4일 리얼미터 정례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71.5%를 기록했다. 정당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전주 대비 0.2%포인트 뛴 52%로 독주를 이어나갔고 한국당은 1.2%포인트 오른 17.6%로 2위를 유지했다. 이밖에 바른정당은 5.6%, 국민의당은 4.6%로 최하위에 그쳐 정의당(5.1%) 보다도 뒤쳐졌다.

일각에서 보류안건으로 밀려버린 161개 심의안 중 40% 이상이 문 대통령 공약 예산이라는 점을 들어 야당이 공약이행 자체를 막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와 여야 모두 여론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예산안 지각처리 사태를 부른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으로 대표되는 일자리 안정자금(3조원)과 공무원 1만5000여명 증원(5400억원)이 관건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증대와 최저임금 인상 모두 문재인 정부 핵심 공약이고, 대선 당시 국민적 호응도가 높았던 사안이다. 민주당은 야당도 비슷한 약속을 했던 만큼 정부안에 최대한 근접하도록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내년 한 해로만 한정해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공무원 증원 역시 국민의당은 9000명, 한국당은 7000명으로 제한해 정부안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액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2대 쟁점···여야 팩트체크

일자리 안정기금과 관련해 정부와 민주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현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임시적 보전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시기를 내년으로 딱 잘라 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맞섰다.

최저임금법 제24조(정부의 지원)과 고용정책기본법 제34조(실업대책사업), 보조금법 제5조 등에 따라 법적근거가 충분하고 이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발생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회보험료 감면 등 지원에 나선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내후년 이후 지원과 관련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과 지원효과 등 상황을 감안하며 탄력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당이 4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퍼주기 예산이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지원이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올해 당해연도 지원액까지 누적 계산한 수치"라고 반박했다.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서는 충원될 공무원의 직무내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사무직 중심의 충원이라며 '놀고먹는 공무원'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포퓰리즘 예산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공공기관 일자리 확충과 관련해 파출소·지구대 순찰인력 중심으로 경찰 3500명, 군 구조개편·참단장비 운영 등 연계인력 포함 4000명, 이밖에 △근로감독관 △특수교사 △질병·검역요원 △건설·화학·안전관리요원 △세관·출입국관리요원 등 생활 및 안전분야 현장인력 등 총 1만5000개의 일자리를 신설하는 안이 담겼다.

여당 관계자는 "민생 중심으로 대국민 서비스 향상이 공무원 충원의 궁극적인 목적이고, 이를 통해 강력범죄 검거율은 76%에서 80%로, 소방차 도착시간은 현재보다 20초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그리스를 예로 들며 공무원 증원이 재정파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탈세와 부정부패"라며 "인구 100명당 공무원수만 봐도 2013년 기준 그리스가 5.6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野, 선거 질까 복지수당 지급 연기 주장"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인상 역시 여야의 주요 협상 안건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야당이 대표적인 복지수당의 지급 시기를 내년 지방선거 한참 뒤인 10월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금까지는 여야가 선거에 맞춰 복지공약 시행을 밀어붙여왔는데 매우 특이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의아해했다.

정 소장은 "야당 역시 비슷한 공약을 대선 때 제시했고, 원론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 빨리 참여해서 선거 때 목소리를 냈을 것"이라며 "여당이 7월 시행을 제안하자 선거직후라 안된다며 10월 이후를 주장했는데 정권교체 전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야당의 조직적인 대통령 공약이행 방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류안건 161건 중 69건(42.8%)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예산으로 국민적 지지가 있더라도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공약이라면 강력한 반대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촬영된 영상·사진물의 유통을 막고 온라인 공간에서 원천 삭제하기 위한 디지털성범죄 대비 사업 예산의 경우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예결위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또한 버스 와이파이 설치 역시 보조금 지원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한국당이 반대했는데 한 의원은 "어린 청소년들에게 버스 안 스마트폰 사용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라는 다소 엉뚱한 논리를 폈다.

한편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막판 합의점 도출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타협점을 찾을 경우 당일 본회의를 거쳐 예산안 처리가 가능하다.

앞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동수당 소득분위 상위 10% 제외, 기초노령연금 지급 시기 연기 등 새 정부의 상징성이 큰 정책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며 "유연하게 타협하되, 정부 국정운영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안을 퍼주기식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여당의 양보를 예산안 통과의 조건으로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문재인식 퍼주기 예산, 주먹구구식 공무원증원에 대한 타협을 이룰 수 없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며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데 대해 여당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국민 혈세로 공무원을 늘리는 예산, 사기업에 임금을 보전하는 예산을 보완장치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법정시한을 못 지키는 것보다 더 나쁜 일"이라고 말해 우 원내대표와의 이른 조찬회동을 무색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