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덕 기자 기자 2017.12.01 16:32:18
[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지난달 단행한 '2018년도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에 업계의 이목이 몰리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AI센터'와 'B2B사업부문'은 양사가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오던 분야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되던 부분이었다. LG전자 내 MC사업부문 총괄책임자인 조준호 사장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부진했던 지난 10분기간 실적을 통해 엿볼 수는 있었다.
다만, 2000년 LG정보통신이 LG전자에 합병된 이래로 약 20년간 부사장급 인사가 무선 사업부를 총괄한 바 없다는 점에서, 이번 황정환 부사장의 MC사업본부장 임명은 '사업본부 위상 자체를 격하시키는 행보'라며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수종사업 '총괄 조직' 신설…'삼성 AI' 'LG B2B'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기술력 강화에 나선다. 지난달 22일 이뤄진 조직개편에서 CE(생활가전)와 IM(모바일)부문의 DMC연구소와 소프트웨어센터를 통합, 삼성 리서치(Samsung Research)를 출범시키는 동시에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한 것.
삼성전자는 올해 초 AI비서 '빅스비'를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최초 탑재하면서 인공지능 사업확장에 대한 열의를 내비친 바 있다. 지난 8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캐나다 몬트리올대학에 AI 랩(Lab)을 설립했다.
그럼에도 빅스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업계 평가를 받자, 삼성전자는 AI사업을 재편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개발 업무를 총괄했던 이인종 무선개발1실장(부사장) 대신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현지 연구소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에서 모바일 플랫폼(기반)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정의석 부사장을 국내로 불러 빅스비 개발 전권을 맡겼다. 지난달 초에는 국내 대화형 AI 스타트업 '플런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설하는 AI센터도 같은 일환 삼아 각 사업부문별로 흩어졌던 AI 역량을 한 데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라는 진단이 나온다.
LG전자는 공조기, 빌트인 가전, 사이니지 등으로 대표되는 B2B사업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1일부터 'B2B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는 2013년 VC사업본부 설립 이후 4년 만인데 기존 HE(TV)·MC(스마트폰)·H&A(생활가전)·VC(전장부품) 등 4개 사업부와 함께 사내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LG전자는 2015년부터 ID사업부를 맡은 권순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초대 B2B사업본부장을 맡겼다. 신설 사업본부장으로 사장급을 앉힌 것은 그만큼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B2B사업 매출 비중은 올해 20%를 돌파해 LG전자에서 중요한 사업군이 됐다.
LG전자는 내년 450억달러(약 49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전 세계 빌트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따른다. 현재 글로벌 빌트인시장은 밀레 써마도, 월풀 등 외국 업체들이 싹쓸이한 상황으로 빠른 추격이 절실하다.
◆20여년 만에 부사장급 조직으로 밀린 'LG MC사업본부'
업계에서는 양사의 모바일 사업부문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존 고동진 사장 체제를 확고히 한 반면, LG전자는 사실상 조준호 사장과 함께 MC사업부 자체를 내려보내는 듯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
삼성전자는 내년에도 고동진 사장을 믿어보기로 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를 조기에 극복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에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북미시장에서 애플에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이듬해 갤럭시S8을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LG전자는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를 황정환 부사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전 MC사업본부장인 조준호 사장은 LG인화원장으로 발령받았다.
LG인화원은 임직원 교육기관이다. LG 측은 사업을 통해 터득한 현장경험을 우수 인재양성 교육 등에 접목하기 위한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지금껏 이어온 적자 책임을 물어 좌천시킨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조 사장이 맡은 2015년 초부터 10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00년 LG정보통신이 LG전자에 합병된 이래로 약 20년간 부사장급 인사가 MC사업본부를 맡았던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업본부 위상 자체를 격하시킨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실제 LG전자의 5개 사업본부 중 부사장급이 사업 수장을 맡은 곳은 MC사업본부가 유일하다. 부사장급은 일반적으로 사업본부 내 세부 부서장을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 황 부사장과 함께 진급한 류재철 HE사업본부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부사장)이 좋은 예다.
일각에서는 향후 본격화될 스마트홈사업의 핵심 아이템인 스마트폰을 쉽게 포기할 수 없어 명목이라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조치를 내놨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대대적 혁신을 내세운 실적 개선보다 모듈화를 통한 원가절감 등 적자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란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처폰이 주류를 이루던 때 스마트폰으로의 변화를 이끈 애플의 결단, 일체형 스마트폰으로 가던 흐름을 거슬러 모듈형 방식을 선택하는 등 사업의 명운이 걸린 결단은 부사장급에서 쉽게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가 절실한데, 부사장급을 사업본부장에 앉혔다는 것은 명목을 유지하기 위한 행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최근 LG전자 전략대로 원가절감을 통해 적자폭을 줄여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