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7.11.28 17:58:38
[프라임경제] 이른바 '부자증세'로 요약되는 문재인정부 세법개정안이 이르면 이달 안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8일 내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부수법안) 총 25건을 지정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통보했다. 여기에는 정부제출안 12건을 비롯해 △의원발의 12건(더불어민주당 2건·자유한국당 5건·국민의당 3건·정의당 3건 등)이 포함됐다.

국회법 제85조의 3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는 지정된 부수법안 심사를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하며, 마치지 못할 경우 이튿날 본회의에서 자동으로 토의에 부쳐진다. 다만 각 상임위 의견을 받아 동일 제명 법안의 일부만 본회의에 자동부의하거나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합의하는 경우에도 자동부의 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다.
부수법안 지정 기준과 관련 정 의장은 "세입 증감 여부와 관련해 정부예산안과 당론 지정 여부, 소관 상임위 논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국회법에 따라 각 상임위가 오는 30일까지 여야 합의를 거쳐 꼭 처리해주시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또한 "각 상임위와 교섭단체가 최선을 다해 예산안 및 부수법안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헌법이 정한 기한(12월2일) 내에 본회의 의결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기업·대주주, 고소득·다주택자 압박
내달 1일 본회의에 부쳐질 정부발 법안은 법인세·소득세의 최고세율 인상안과 근로장려금을 지금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3건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직접적으로 엮여있다.

먼저 법인세의 경우 과세표준(과표) 2000억원 초과 시 현행 22%인 최고세율을 25%로 높이고,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한도를 하향조정하는 안이다.
소득세 역시 과표 3억~5억원일 때 현재 38%인 최고세율을 40%로 올리고 5억원을 넘을 경우 현행 40%에서 4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 부담을 키우고,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세율 과표 3억원 초과 시 현행 20%에서 25%까지 높이는 안도 들어갔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안은 상대적으로 더 강력하다. 법인세의 경우 과표 20억원을 넘는 경우 현행 22%인 세율을 25%로 높이고 소득세의 경우 과표 4600만~8800만원 구간 세율을 24%에서 25%, 1억5000만원 초과 시 37%에서 45%까지 상향하는 내용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추경호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은 반대로 세율 인하에 방점을 찍었다. 추 의원이 낸 법인세율 개정안에는 과표 구간 중 20억원 이하 구간을 없애고 2억원 이하는 현행 10%인 세율을 7%, 20억~200억원 구간은 18%로 최고세율을 낮춰 법인의 세부담을 줄이는 내용이다.
세금이 깎이더라도 반드시 내야할 최소한의 세율, 즉 최저한세율을 두고는 미묘한 온도차가 엿보인다. 최저한세율은 기업들이 고용·투자, 연구개발(R&D)을 명목으로 각종 감면, 공제혜택을 누리면서 세금을 지나치게 적게 내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대기업들이 각종 감면 혜택을 누리면서 실효세율이 15~16%에 불과하고 수입 상위 10대 기업에 한정하면 12%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세율보다 10% 가까이 세부담이 줄어든 만큼 최저한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회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최저한세율 이원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여당 소속인 박광온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해 중소·코스닥상장 중견기업의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율 상향조정하고, 중소기업 근로자가 사회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경우 사용자부담분을 2년간 50%까지 세액공제하는 안을 내놨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역시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도록 했으며 노회찬 의원은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과표 1000억원 초과 법인의 경우 현행 17%에서 20%로 올리고, 100억~1000억원 사이 법인 역시 12%에서 15%로 인상하는 안을 발의했다.
이에 비해 추경호 의원은 과표 100억원 이하 법인의 경우 일괄적으로 현행 10%에서 7%, 중소기업은 7%에서 4%까지 인하하는 내용이다.
◆한국당, 10·26 언급하며 정부 비난 속내는?
제1야당인 한국당은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졸속' '꼼수'라고 맹비난하며 법인세·소득세 인상 적극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심지어 국민 동의 없는 세금인상이 몰고온 사건의 예로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된 10·26사건을 언급하며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프랑스 대혁명과 10·26사건은 국민의 동의를 받지 않은 급격한 세금인상이 근본 원인"이라며 "노무현정부 당시 중산층의 강력한 반발을 부른 종부세도 같은 사례"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와 법사위 논의 없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표결만 하면 되는데 토론 한 번 없이 예산안에 빌붙어 통과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25%가 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폈다. 북유럽의 평균 법인세가 22%이고 영국과 미국도 15%까지 인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한국이 그리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닌데 전기요금, 법인세,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한국 기업환경을 생각하면 그저 아득하다"며 "세금 문제는 시한에 쫓겨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미국이 파격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우리 상황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기업발 '부자감세'는 비난 여론에 부딪쳐 상당부분 후퇴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반발과 향후 10년 동안 1조5000억달러(약 1620조원)의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부담 탓에 의회 통과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낮추는 안을 공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현행 15~35%로 차등 적용되던 법인세율을 20%로 단일화하고 투자비용 세액공제는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 등이다.
또한 3단계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던 소득세 과표구간을 현재 7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하는 대신, 최고세율 39.6%는 고스란히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상속세 폐지는 2024년으로 미뤘는데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을 미국에 들여올 경우 1회에 한해 세율 10%만 적용하려던 안은 12%로 높아졌다. 아울러 상·하원 논의 과정에서도 부수적인 내용 수정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