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상청이 영남지역 국민들을 상대로 지진관련 자체 여론조사를 지난 6월 마치고도 다섯 달 넘게 쉬쉬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주무관청으로서 주민 10명 중 9명이 작년 경주지진 수준의 재앙이 재발할까 두려워하고 기상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오자 은밀히 '봉인'한 셈이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를 보면 기상청은 지난 6월 '2017지진·지진해일·화산홍보사업:중장기 홍보방안 기획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포항 등 영남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이 조사 중 '9·12 경주지진 수준의 지진 재발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 지역시민의 89.8%가 '같은 수준의 지진이 재발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원전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울산지역 응답자는 전원(100%) 재발 가능 쪽에 손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서울·인천·경기 수도권과 강원 등 충청권 이북지역은 재발할 것이라는 답이 71.3%였고 호남·충청·대경·동남·제주 등 충청 이남지역은 82.8% 수준이었다.
전국적으로 '우리나라 지진에 대한 전반적 위험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10명 중 7명(77.6%)이 우려된다고 답한 것에 비해 대비수준은 낮다(78.%)고 봤다. 국민 대다수가 국가의 지진대비의 소홀함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지진·해일관련 주무기관인 기상청을 '신뢰한다'는 답은 22.2%에 불과했다. 이밖에 '보통'은 35.2%,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은 절반에 가까운 42.6%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기상청은 피해지역과 인접한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에 시달리고, 본인들의 신뢰도가 낙제점이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5개월 가까이 꽁꽁 숨겼던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경주, 포항으로 이어진 강진에 국민적 불안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역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진대책을 수립,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이 정부 주도로 강력한 지진대비책을 세운 것을 벤치마킹해 공익캠페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강 의원은 "일례로 경주진이 발생한 9월12일과 이번 포항 지진 발생일인 11월15일을 '범지진대비의 날' 등으로 정해 정부가 주도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이 대국민여론조사는 기상청이 마이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 5월11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 조사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규모 500샘플,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