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11.09 17:53:15
[프라임경제] 2500억달러의 위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날 오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시 주석은 "미·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견지할 것이고,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2500억달러(279조원 상당)에 달하는 투자무역 협정을 체결했는데 이는 미중 양국 국민에게 경제 분야에서 큰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중국의 도움을 통한 대북 압박 기조를 마련하고, 양국 무역 분쟁 요소를 정리하는 절충적 답안이 나온 셈이다. 참고로 2500억달러는 올해 중국이 대미 무역에서 거둔 무역흑자분을 통틀어 집어넣는 정도에 해당한다. 당초 2500억달러 상당 투자를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는 관측이 있었고, 이 꿈이 정말 실현된 셈이다. 중국의 노력에 미국이 일정 부분 양보를 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 레토릭으로 끝나나?
당초 미국은 현재의 제재 이상의 강력한 북한 압박 구상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8일 오전 대한민국 국회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적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에 대한 완전한 이행을 요구했으며, 대북무역 완전 단절 등 한층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에 요구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완전히 이행하고,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격하시키며 모든 무역과 기술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에서 나온 방문 결과상으로는 기왕 나온 결의안의 완전 이행 그 다음의 추가적이고 철저한 단절은 '다음 카드로 키핑'되는 것으로 보인다.
무역적자 규모를 줄여 미국 경제에 간 경제적 주름을 일부나마 펴고, 대미 직접투자를 늘려 자국민의 이익을 키우겠다는 미국 정부의 구상은 일본과 우리나라, 중국을 순방하는 과정 내내 일관되게 표출돼 왔다.
우리나 일본, 중국이 모두 무역적자 문제에서의 반대급부를 제시했고, 이 중 몫을 적절히 안배하는 수순에 따라 내용 정리가 완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의 향후 미국과의 교감 내지 세부 사항 협력-조율 가능성이 주목된다.
강력한 동맹관계를 확인한 것은 우리가 얻은 성과지만, 무기 도입 등 측면은 세부 조율이 아직 남아있다. 중국이나 일본과의 원만한 관계 구성을 통해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트럼프 정부의 노력이 큰 성과를 얻은 만큼, 현재 우리의 위치에서 지금까지의 좌표값을 집어넣고 구체적인 함수를 그리는 막판 작업을 실속 있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 언론 '믿을 수 없는 친구' 지적,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되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리와 미국의 정상회담이 표면상 우호적으로 끝난 바로 직후인 7일(현지시각) 다시 문재인 대통령을 '믿을 수 없는 친구'로 보는 등 비판적 시각을 쏟아냈다.
이는 사실상 미국 주류 사회의 시각이 우리를 일본 등에 대비 완전히 곱게 1등 협력 국가로 보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 신문은 최근 행동을 봐서는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북핵에 대한 미국 정책과 반대라는 이유에서 이런 비판적 평가를 낸 것으로 요약된다.
이 기사가 나올 무렵인 8일 청와대 관계자가 내놓은 무기 도입 세부 내용과 대북 인도적 지원 이슈에 대한 의견은 상당히 흥미롭고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이 관계자는 무기 도입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 앞으로 긴 조율이 필요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응할 뜻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방한 성과와 각종 전략자산 협력, 무기 도입 이슈 등에 대해 "바람직하지만 기초적 단계로 온 것"이라며 "일부 야당의 주장과 같은 이면 계약 등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도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더욱 소통하고 공조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각 지구 반대편 미국 언론이 믿을 수 없다고 우리 정부와 정부 수반을 평가하고 있던 바로 그 지점에 대해서도 그는 자주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국회 연설에 대해 "북한 제재와 압박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면서도 "(인도적) 대북 현물 지원에 대해서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나 (이전에 이뤄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충분히 설명했고 양정상의 이해를 얻은 바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및 주변지역 배치 활용, 첨단무기의 획득 협력은 물론 한국과 미국 간 무역 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윈윈 추구 등이 종합적으로 추구되겠지만, 100점짜리 협상에 성공한 것이하고 단언할 수는 없다.
대북 제재나 전체적인 글로벌 경제면에서의 우리 이익 추구 등이 모두 우리의 희망을 반영하고 이익 극대치를 위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드라마가 바로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이었던 셈이고 '한국과의 대화'는 그중 한 막이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이런 상황을 일단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부담, 미국과의 FTA 재협상 등 다양한 이슈가 남은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트럼프 순방을 통해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너무 비싸지도 너무 싸지도 않은 협상을 이뤘지만, 글로벌 G2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앞으로 국익을 방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도 분명하다.
중국과 미국의 대북 제재 수위 조절로,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과의 독자적 협력 모색 가능성 등 일부 옵션도 다시 우리 측에 넘어온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층 안전해진 입지에서 안보와 경제 구상을 가다듬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