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엔화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엔화 투자와 함께 일본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일본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초 100엔당 1000원대 초중반을 유지하던 엔화 환율은 9월 초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지난달 1000원대가 무너졌고, 이달에는 97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현재 4거래일 연속 97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연중 최저점 수준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달 22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압승을 거둔 것이 엔화 약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하는 중이다.
이번 총선 승리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최소 283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장기 집권 발판을 견고하게 다졌다. 이로써 그간 다소 힘이 빠졌던 경기부양책 '아베노믹스' 역시 탄력을 받아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통화 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데, 그중 핵심 사안은 엔화 약세다. 실제 아베노믹스가 발표된 지난 2012년 12월 이후 엔화 가치는 20%가량 하락했다.
특히 엔화 환율 약세는 원화 강세 기조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까지 약세를 보였던 원화는 지난달부터 3분기 기업 실적 호조와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사 등 대내적 요인과 한·중 관계 개선, 사드 보복 해제 등 대외적 요인으로 초강세에 접어들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연중 최저점 부근인 1110원대에 진입했고, 원·엔 환율은 오후 3시 5분 현재 975.13원으로 전일 대비 1.26원(0.13%) 내려갔다. 특히 원·엔 환율은 지난달에만 39원(3.9%) 떨어질 만큼 하락 속도가 빠르다.
현재 업계에서는 이러한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쌀 때 사두자'며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 엔화예금 등 엔화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FX마진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나 선물회사에서 전용계좌를 개설한 뒤 증거금을 내고 특정 해외 통화를 동시에 사고파는 방식의 외환선물거래다. 서로 다른 통화 간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엔화예금은 원화를 엔화로 바꿔 외환예금에 가입시키고 만기 때 다시 엔화를 원화로 바꿔 통화 간 환율 차이만큼 이득을 보는 방식이다.
더불어 일본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인 만큼 '여행은 나중에 해도 환전은 지금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1월부터 9월 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인 29.2%가 최근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답했다. 아울러 절반 수준인 48.7%는 방문하고 싶은 해외 여행지로 일본을 꼽았다.
이처럼 엔화 약세 기조는 일본으로 여행을 자주 가거나 향후 여행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는 엔화를 사둘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일본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원화 강세와 함께 엔화 가치 하락이 계속되면 중장기적인 수출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풀이에서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5% 더 떨어지면 수출은 1.4% 줄고 성장률은 0.26% 하락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엔저가 장기화되고 일본 기업들이 가격 인하에 나서게 되면, 주요 수출 물량이 줄게 돼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 대한 소재·부품 수출의존도가 높아 단기적인 가격경쟁력, 환리스크 등의 부담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