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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산재 중공업' 오명…현대重 윤리경영 '추락'

소주상무·멜빵상무 솜방망이 처벌…'최악 산재 기업' 불명예

전혜인 기자 기자  2017.11.06 18: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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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기업 내 성폭행·성추행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기업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계 1위 현대중공업(009540)에서 직원 간 성추행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전사적 행동강령으로 '윤리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성추행 논란이 매년 끊이지 않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는 남성 성비가 압도적인 특성상 타 업종에 비해 성추행 등 논란이 발생하는 빈도수가 적은 데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에서는 매년 이런 논란이 일어나며 스스로 '성(性)기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추행' 매해 반복…징계는 '솜방망이'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해양사업본부 A상무가 사내 술자리에서 팀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측은 발생 직후 상황을 파악하고 징계위원회 회부를 위한 절차를 밟았고, 가해자는 사직 의사를 밝혀 지난달 말 퇴직 처리됐다. 반면, 피해 여직원은 심리적 안정을 위한 유급휴가 후 희망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관련,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건발생 후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했으며 해당 팀에 대해서는 정기교육과 별개로 특별 성희롱 방지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비쳤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준법경영 실천을 결의하기 위해 '윤리경영 실천결의 대회'를 연 것은 물론, 사이버 신고센터 및 성희롱 관련 교육 등 다방면에서 준법 활동을 강조해 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크고 작은 성추행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더욱이 현대중공업이 윤리경영을 선포한 지난 2014년에도 운영지원부 B상무가 회식 후 노래방을 찾은 자리에서 여사원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포옹을 하는 등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2015년에는 전산실 C상무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코로 소주를 흡입하도록 강요한 사건도 일어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중공업 산하 계열사에서도 성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15년 현대중공업 금융계열사인 현대선물 D상무는 사무실에서 여직원들에게 '멜빵 매어 달라'고 요구하는 등 상습적인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문제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윤리위원회가 오히려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현대중공업의 대처가 '언 발의 오줌 누기'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전국사무금융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소주상무'와 현대선물 '멜빵상무'가 감봉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 나타나는 성추행 문제들은 비슷한 형태의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사건이 발생할 때 당사자만 징계하고 쉬쉬하려다 보니 근본적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을 하려는 의지에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년 연속 '최악의 살인기업'…원인은 '상명하복' 사내문화

한편, 현대중공업은 성폭행 문제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사고를 당하는 기업으로도 악명이 높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안전관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기숙사 '율전재'에서 이 회사 직원인 22살 박모씨가 바닥에 떨어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플랜트사업부 품질경영부 직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경찰이 정확한 사인 등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짧게 설명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울산조선소 내 공장 안에서 선박엔진을 시운전하던 중 파이프가 폭발하는 사고가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발의 잔재로 주변에 있던 연료유 연결선이 터져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았다는 전언이다.

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발표한 '최악의 살인기업'에 지난 2015~2016년 2년 연속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산재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같은 시기 고용노동부로부터 세 차례에 걸친 특별근로감독을 받았는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 86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은 '7대 절대안전수칙'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그 직후 바로 사망사고가 발생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에서 유난히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위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안전관리가 뒤로 미뤄졌다는 것에 더해, 수직적인 사내 문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타 조선사들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처럼 큰 사고가 매년 반복되는 곳은 없다"며 "위에서 지시하고 아래에서 결과를 내는 '상명하복' 성과주의 문화가 깊게 박혀 있어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짚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김병조 정책기획실 실장 역시 "이전부터 고학력 사무직·기술직 중심으로 사내 자살사건이 많이 일어났다"며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내려 박기'식 업무구조로 인한 스트레스가 젊은 실무자들에게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사건들은 윤리위원회에서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이나 계도 정도로 해결되지 않는 뿌리 깊은 악습의 반복"이라며 "오너가 경영 중심의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