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두고 고용노동부(고용부)와 파리바게뜨의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가 국회 국정감사 종료일인 지난달 31일 직접고용 명령 취소 및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에 고용부와 정치권의 반응은 전에 없이 싸늘하다.
소송 제기 후 일주일이 흘렀지만 고용부는 '법에 따라' 오는 9일로 못 박은 명령이행 시한을 고수하는 한편 관련 절차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정소송은 기업의 권리이고 충분히 예상한 바라는 것이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정해진 시한까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 1명당 1000만원씩, 530억원 규모의 과태료를 물리는 동시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된 경우는 1045건이다. 이 가운데 60% 정도인 629건이 검찰에 기소됐고 구속수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공식 논평 외에 추가 압박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무부처와 정치권 모두 기업의 편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앞서 파리바게뜨는 행정소송에 앞서 고용부를 상대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본사가 보완서류를 고용부에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약간의 말미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고용부가 요구한 보완서류는 본사 및 제빵기사간 직접고용 합의 사항이 담긴 서면자료인데, 파리바게뜨는 서류제출 대신 행정소송을 선택한 모양새가 돼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제빵기사들과 직접 대화하는 험로보다 법원 결정에 목을 매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탓이다. 가처분 결정을 얻어낼 경우 파리바게뜨는 최소 1년 이상 법정공방으로 시간을 끌 수 있다.
또한 최근 파리바게뜨 협력사가 주관한 3자 합작사(상생기업) 설명회에서도 본사의 책임 회피 시도가 일부 엿보이면서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본사가 하청업체를 앞세워 고용부의 명령 자체가 불법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근로자들을 회유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불거진 탓이다.
정의당이 공개한 녹취자료를 보면 직접고용이 왜 어려운지 묻는 한 제빵기사 질문에 협력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사실 지휘감독(책임)은 점주에 속한다"며 "현행법으로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본사)에서 제빵기사들을 고용해 다시 점포에 파견하면 파견법 위반"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파리크라상은 법률적으로 문제를 피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상생기업'이라는 3자 합작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은 파견법을 유명무실화하려는 얄팍한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2일 논평을 내고 "실제 파견법에는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에 근로자를 파견하거나 불법파견업체로부터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 의무를 부과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고용부가 스스로 불법파견업체로 규정한 협력사가 주관한 설명회를 통한 의견수렴을 근거로, 만약 기업의 시정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파견법 자체를 형해화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고용부가 본사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파견법 폐지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라는 강경한 입장도 덧붙였다.
한편 파리바게뜨는 이번 논란이 주무부처나 정치권과 대립각으로 비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회 국정감사가 종료되는 지난달 31일을 소송 제기일로 선택한 것도 정치권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처분 신청 의도가 행정명령 불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본사로서는 상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복잡한 과정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집행연장이 거절당할 수 있는 가운데 내달 1일 합작사 출범 전까지 5300여명에 달하는 제빵기사들을 직접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본안소송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시정지시 처분 취소까지 제기한 것"이라며 "보통 일주일 이내에 재판일이 지정되므로 시정명령 시한이 넘지 않도록 10월31일에 소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행정소송은 고용부에 요청한 시정기한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한 것이지 절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게 아니다"면서 "3자 합작사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우선 소송을 제기했지만 조건이 된다면 언제든 취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