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비는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통해 와룡강 제갈량을 불러내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이뤄냈으며, '효웅(梟雄)' 조조는 휘하 인재 장점을 잘 살리는 최적의 배치로 삼국통일의 기틀을 만들었다. 이는 현대 기업 수장들에게도 꼭 필요한 능력인 인재 선발과 활용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 역시 '인재경영 전략'으로 불과 80년 만에 국내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거듭났으며, 최근에는 협력사와의 최적의 조화를 자랑하는 상생(相生)으로 미래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3분기 14조53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2분기 기록한 '분기 영업 최대치(14조700억원)를 불과 한 분기 만에 갈아치운 '대기록'이다.
업계에선 한 분기에 무려 15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로 '인재중심 경영'을 꼽고 있다. 학벌위주가 아닌, 오로지 실력만으로 옥석을 가려내 중책을 맡기는 경영방식으로 현재 삼성전자의 입지를 확보한 것이다.
◆"학벌 타파" 실력 위주 파격 인사 단행
삼성전자는 최근 세 명의 CEO를 주축으로 하는 인사 쇄신안을 발표했다. 김기남 사장이 권오현 부회장 뒤를 이어 DS(부품) 사업부문을 맡고, 김현석 사장이 CE(소비자가전) 사업부, 고동진 사장이 IM(IT·모바일) 사업을 맡았다.
관련 업계에선 다수 상장사들이 경영진을 서울대 출신 인사에게 맡기는 것과 다르게, 철저히 실력 위주로 중책에 앉히는 '성과주의 인사'에 주목하고 있다.
"일생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 시키는 데에 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정도로 인재를 최고의 자산으로 꼽았던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중심 경영은 이번 인사에도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 김기남 사장을 제외하면 △김현석(한양대) △고동진(성균관대) 사장은 이른바 '비서울대' 출신이며, 삼성전자 각 사업부 임직원들 중에도 '비인서울 대학' 출신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신 학부로 대표되는 '편견'을 깨고, 우수한 인재를 최적의 위치해 배치함으로써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가 2일 실시한 연말 사장단 인사 결과도 성과주의 인사 전략을 방증한다. 전체 사장 승진자(7명) 중 과반수 이상(4명)이 올해 3분기 사상 최초 영업이익률 50%를 넘긴 반도체 부문에서 이름을 올렸다. 이는 반도체 부문에서 한꺼번에 4명의 사장 승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인재중심 경영전략은 사람에 한정되지 않고, 또 다른 법인격(法人格)인 협력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협력들을 모집,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등 '동반성장'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IMF외환위기 당시 주로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협력사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면서 동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삼은 삼성전자는 2003년 총 1조원 규모의 '협력업체 종합 지원책'을 발표했다.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술력과 인적역량까지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원책의 골자는 '기술·인력·자금'이라는 중소업체 '3대 애로사항 해소 방안'이었다.
당시 업계에서 주목한 지원책은 '자금 지원'으로, 협력사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최초 시도된 케이스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협력사도 내 가족'이라는 사명 아래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
◆협력사에게 아낌없는 투자 '또 다른 인재'와의 동반성장
지난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COO)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2011년 대금 지급 횟수를 기존 월 2회에서 4회로 변경하는 동시에 2차 협력사(기존 1차 협력사)까지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양적 변화를 꾀했다.
이 지원책은 현재까지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1ㆍ2차 협력사 461개사에 지원한 금액은 8232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6월부터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하는 새로운 물품 대금 지급 프로세스도 마련했다.

여기에 협력사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삼성 협력사 채용한마당'을 열어 우수 인재를 원하는 협력사와 일자리를 희망하는 구직자 간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 행사는 중소기업 우수 인력 확보와 청년 실업난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는 업계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협력사 임직원 역량 강화를 목표로 총 310여개의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1·2차 협력사 759개 임직원 1만3089명이 참가해 △직급별 △수준별 전문직무 △리더십 등의 교육을 받았다.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2015년엔 보유 특허 총 2만7000여건을 개방하기도 했다. 아울러 매년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 환경안전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개선 활동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에는 보다 안전한 근로환경을 구축하고자 1·2·3차 협력사들과 함께 '환경안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2·3차 협력사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 외부 컨설턴트 파견을 통해 현장 점검과 개선 활동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는 협력사가 있었기에 지금의 삼성전자가 있을 수 있었다는 특유 '상생' 경영철학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에도 인재중심 경영과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길어지는 오너의 부재로 인해 3대째 이어온 특유의 '삼성 경영DNA'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전언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금껏 위기에 봉착했을 때 이를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왔기에, 이번 사태도 현명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