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쓴 실패를 맛본 기업은 24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개 기업이 상장예비심사청구 후 심사 미승인 통보를 받았고 15개 기업은 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각 기업의 증시 입성 패인은 모두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스팩 만기를 앞두고 준비가 덜된 상태로 예비심사청구를 시도해 상장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는 업계 주요 관계자들의 진단에 눈길이 간다.
◆24개 기업 상장 앞두고 '미끌'
우선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이랜드리테일, 엘에스오토모티브, 아시아나IDT가 자진해서 상장을 철회했다.
올해 2분기 상장 예정이었던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4월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상장하기로 결정한 후 상장예비심사를 자진철회했다. 자동차용 전기장치 제조업체 엘에스오토모티브도 지난 3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LS그룹이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중대형급 IPO로 눈길을 끈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아시아나IDT는 지난 16일 한 발 물러섰다. 아시아나IDT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산시스템 개발 및 관리 사업을 맡은 곳인데, 현지심사와 추가서류제출까지 진행됐지만 금호타이어 매각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스팩 합병의 심사 미승인과 심사 철회가 눈에 띄었다. 21개 코스닥시장 상장 실패 기업 중 11개가 스팩 합병 유형으로 이 중 7개 기업이 심사 미승인을 받았고 4개 기업이 심사를 스스로 철회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9월28일 케이비제11호스팩과 합병 예정이던 코엔스, 이달 19일에는 미래에셋제3호스팩과 합병 예정이던 리얼야구존이 거래소로부터 심사 미승인을 통보받았다.
이 밖에 휴먼스캔, 줌인터넷, SGA시스템즈, 한국금거래소쓰리엠 등도 거래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미래에셋대우·대신·KB증권 실패 건수↑
상장주관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와 대신증권, KB증권의 기업 상장 실패 건수가 각각 3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파워넷, 에스트래픽, 리얼야구존의 상장주관사를 맡았으나 심사를 철회하거나 심사 미승인 처리됐다. 대신증권은 지티지웰니스, 이노렉스테크놀러지, 에스지이주식회사, KB증권은 아시아나IDT, 코엔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주관사로 나섰다가 체면을 구겼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는 에스트래픽에 대해 철도교통사업에 있어 프랑스 알스톰(Alstom)과 협력 체제 등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거래소의 판단에 따라 심사를 철회한 후 지난달 30일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측은 "에스지이주식회사는 오는 11월9일 다시 코스닥 상장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이노렉스테크놀러지와 에스지이주식회사는 가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싶은 의지가 있었던 만큼 시기를 조절해 다시 상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응대했다.
KB증권도 분위기가 좋지 않은 업황과 맞물린 그룹 사정상 상장이 취소됐다는 제언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코엔스의 경우 업황이 좋지 않아 더 나은 상장시기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상장을 철회했다"며 "이랜드리테일과 아시아나IDT는 그룹 사정을 배제할 수 없다 보니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기를 찾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장외시장 주가 '출렁' 증시입성 실패 '울렁'
상장이 무산된 뒤 장외시장에서 각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에이피티씨의 경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4월7일 이후 꾸준히 상승해 4월27일 6만원으로 52주 최고가를 찍었으나 이후 급락했다. 7월13일 심사 철회가 알려진 이후에는 7월21일 5250원으로 52주 최저가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8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스트래픽도 지난 7월11일 심사철회 소식이 알려진 뒤 주가가 8000원선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절차에 다시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0월31일 에스트래픽은 5.56% 오른 1만4250원으로 52주 최고가의 종가를 적어냈다.
이처럼 증시 입성에 실패한 업체의 장외시장 주가가 출렁거려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스팩 만기를 앞두고 무리하게 상장을 진행하는 증권사들 때문에 미승인과 상장 철회가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스팩을 통해 상장하는 이유는 일반 신규 상장보다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스팩만기를 앞두고 상장을 서두르는 증권사가 늘어나며 철회하거나 심사 미승인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기업의 상황이 다른 만큼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기 힘들다"며 "업황이 바뀌거나 정치적 이슈 등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 합병이라고 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공모에 자신이 없었던 기업이 스팩으로 몰리고, 당시 지적된 이슈를 해결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미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분석했다.
이어 "특히 계속성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이 많았다"며 "한두 해 실적이 잘 나와서 상장에 도전하는 곳들은 내년 이후 매출 전망에 확실성이 없었던 곳들이 있었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