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거래소 임시 주주총회(주총)에서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신임 이사장으로 선정됐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신임 이사장 선임절차의 불공정·불투명성을 지적하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국 '날치기 의결'됐다.
3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사옥 신관에서 열린 이번 주총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외이사·코스닥시장위원회 외부기관 추천위원 선임건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날 임시 주총 개회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 측은 "한국거래소의 국민 경제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이상의 지배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지만, 이사선임 관련 규정은 통합 거래소 출범 이후 14년간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여년간 금융회사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모범기준은 비약적으로 개선됐으나 이와 비교해 거래소 이사장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
이동기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최소한의 규정만 지키고 있는 거래소가 상장기업에게는 지배구조 모범기준 지키라고 하는 게 이율배반적인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날 주총은 주총장 입장부터 거래소 인사부와 노조가 마찰을 일으키며 순조롭지 않은 출발을 예고했다.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금일 오전 주총장에 들어갈 수 있는 위임장을 작성해주는 직원에게는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인사부의 압박이 있었다"며 "위임장 명단이 넘어가면 인사부가 확인할테니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인사부가 오전 중 부서장 회의를 열고 각 부서에 이를 지시했다"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위원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응애 거래소 인사부장은 "부서 회의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단순 상황 전달일 뿐 인사부에서 압박을 가한다는 내용을 전달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결국 절차에 따라 위임장을 확인해야 한다는 거래소 측 견해에 따라 위임장 명단이 넘겨졌다.
이후에도 분란은 계속됐다. 개회 시작 전 의장을 맡은 안상환 한국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이 카메라 기자들을 향해 "스케치만 하고 적당한 시간에 나가달라"고 말하자 노조를 비롯한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
이 위원장은 "기자가 아닌 주주로 위임을 받고 오는 것인데 촬영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타 상장기업들은 다 주총을 방송 촬영하는데 거래소는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있냐"고 따져 물었다.
여기에 한 주주도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는 주총은 처음"이라며 "녹취나 녹음이 불법적인 행위가 아님에도 이토록 외부 노출을 꺼리는 것은 주총 자체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힘을 실었다.
이에 안 의장은 "이는 회사의 방침으로 거래소는 주총을 항상 공개해온 적이 없다"며 "의결권은 촬영에 대한 권리가 아니고 기자들은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하기 위해 왔을 뿐 촬영의 권리는 없다"고 강하게 각을 세웠다.
계속된 반발에 카메라 촬영은 허용됐으나 오후 4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주총은 28분가량 지연됐다. 그러나 주주총회 개회 후 안건 상정도 되기 전부터 주총 진행 절차 적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주주총회는 참석률 저조와 무관심 해소를 위해 2주 전에 주주총회 안건을 통지하게 돼있다"며 "그런데 이번 주총은 '이사장 선임의 건'이라는 안건만을 통보받았을 뿐 후보가 누가 됐는지는 추후 언론 기사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당한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노조 측 역설이다.
이에 대해 안 의장이 제대로 된 답변 대신 "적법하게 절차를 밟았다"는 말을 반복하며 총회를 진행하자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이밖에 소집 절차의 하자를 발언하기 위해 의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안 의장은 발언권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총을 이어갔다. 이 결과 모든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됐다.
주총이 끝난 후 노조 측은 "이번 주총은 날치기 의결"이라며 반대 의견을 외쳤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거래소는 소집 절차 하자와 정지원 사장의 정직에 따른 상법 위반 가능성을 무시했으며 주주들에게 충분한 토론의 기회를 주지 않고 날치기로 안건을 통과시켰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를 막아낼 것이며 책임감 없는 주총을 진행한 의장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큰 소리로 제언했다.
한편, 이번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정지원 사장이 단독후보로 결정되며 '낙하산 모피아(재무부 이니셜인 'MOF'와 마피아 'MAFIA'의 합성어로 관료 출신의 기관 장악을 빗댄 말)' 인사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정지원 신임 이사장은 한국증권금융 사장직에 대한 이임식이 마무리되면 거래소로 본격 출근한다. 임기는 내달 2일부터 2020년 11월1일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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