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건희 회장이 은닉했다고 알려진 4조4000억원의 차명재산이 삼성증권과 우리은행 등을 중심으로 개설한 계좌에서 몰래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구갑)은 이건희 차명계좌 중 1021개 계좌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연도별·회사별 제재 내역을 단독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상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계좌는 1021개로, 20개 계좌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됐고 나머지 1001개 계좌는 모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된 차명계좌들이었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3개 은행과 7개 증권사를 통해 각각 64개, 957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계좌 64개 중 83%인 53개는 우리은행 계좌였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각각 10개, 1개 계좌가 있었다.
증권계좌는 957개 중 79%인 756개가 삼성증권에 개설됐다. 이는 전체 1021개 계좌와 비교했을 때도 74%의 압도적 점유율이다. 아울러 △신한금융투자(76개) △한국투자증권(65개) △미래에셋대우(19개) △한양증권(19개) △한화투자증권(16개) △하이투자증권(6개) 등에도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박 의원은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계좌 20개가 모두 증권회사에서 개설된 증권 계좌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실명제는 지난 1993년 8월13일에 시행됐는데 9개의 신한증권 계좌와 7개 한국투자증권, 4개 삼성증권 계좌가 그 이전에 개설됐다.
박 의원은 "금융실명법 상의 비밀보장 조항 때문에 2008년 당시 이 계좌들의 잔액에 대한 구체적인 내역을 알 수 없지만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90%의 소득세 차등과세와 실명제 실시일 기준 재산가액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4년 이후 삼성증권에 차명주식 은닉을 집중했다는 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중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증권 내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2004년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개설 실적은 141개로 전체 위반 계좌의 13.8%, 삼성증권의 18.7%에 해당한다.
이들 계좌는 계좌의 개설이나 거래 시 본인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실명계좌이면서 서류상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은 차명계좌다.
금융실명법 제5조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비실명자산의 경우 이자와 배당수익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돼 있다. 또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 및 제7조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 이자와 배당수익의 90% 소득세 차등은 물론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의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박 의원은 "2004년 이후 개설된 증권 계좌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의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서 부과 가능성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은 주식처럼 등기나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명의자가 마치 그 재산을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증여의제일은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해의 다음해 말일의 다음 날로 정해져 있다.
이를 적용하면 2004년 이후 삼성증권 등에 개설된 차명주식 계좌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소유권취득일이 2001년일 경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일은 2003년 1월1일인데, 증여세 부과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최장 15년까지 가능하므로 올해 말일까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이건희 차명계좌에서 이에 해당하는 계좌는 삼성증권 315개를 포함해 총 316개에 달하지만, 소득세의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또는 증여 의제를 적용한 증여세 부과 등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자료는 이건희 차명재산의 은닉이 금융회사를 악용해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이뤄져 왔는지를 잘 보여준 구체적 증거"라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