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4년 동안 한국산업은행(산업은행) 고위 퇴직자 상당수가 산은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은 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을 포함해 주로 대기업 건설사가 합작한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운영업체들이다.
산업은행은 해마다 '낙하산' 논란에 휘말렸으며 국회는 2011년 이후 매년 국정감사에서 퇴직자의 자회사 및 대출기업 재취업 관행 개선을 요구해왔다. 2012년 감사원의 기관주의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재취업 기업 20곳에 총 2조9449억 대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4년 동안 20명의 산은 고위퇴직자가 대출계약 관계 기업 20곳에 재취업했다. 이들의 대출계약금액은 총 2조9449억원 상당에 이른다.
퇴직자들은 △재무담당이사(CFO·7명) △대표이사 △부사장(각 4명) △감사 2명 △본부장 △고문 △이사 등 고위직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재취업 사유별로는 17명이 '투자자 및 대주단으로서의 권리보호'라고 밝혔는데 취업한 기업 대부분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밖에 2명은 '거래기업의 요청'을 이유로 댔고 1명은 '구조조정 기업의 효율적 경영관리를 통한 조속한 경영정상화'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전문성과 기업에 대한 감시, 경영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산은 고위퇴직자의 '낙하산' 재취업이 관행으로 이어졌다"며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 등에서 보듯 본래 취지는 무색해진지 오래"라고 밝혔다.
앞서 2015년 4월 김갑중 부행장을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대우조선해양은 수십조원대 사기대출과 5조원대 분식회계 사태에 휘말리며 내홍에 시달렸다. 김 부사장은 취임 넉 달 만에 불명예 퇴진했고, 지난 1월 1심 재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文정부 'SOC 예산삭감'에 예민한 반응…"혹시?"
올해도 지난 1월 대우건설 CFO(수석부사장)로 선임돼 지난 8월 대표이사에 오른 송문선 전 부행장을 비롯해 고위임원 7명이 재취업에 성공했다.
가장 최근은 지난 8월 고양케이월드자산관리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최모 전 본부장이다. 업체는 고양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프로젝트금융투자사(PFV)로, 3년 전에도 기업구조조정부 출신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고양케이월드자산관리는 지방공기업인 고양도시관리공사(49%)와 건설폐기물업체인 인선이엔티(46%)가 대주주로 참여했다. 인선이엔티는 아이에스동서 권민석 사장이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지난달 1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논란이 됐었다.
인천국제공항 인근 관광호텔 및 부대시설 운영사인 네스트 역시 지난 3월 윤모 부점장을 이사로 선임했다. 산업은행은 회사 지분 10%를 보유 중이며 대림산업이 32.24%를 출자한 상주영천고속도로에도 지역본부장 출신이 지난 7월부터 부사장 직함을 달았다.
㈜신영이 최대주주(30%)인 청주테크노폴리스자산관리에는 이모 전 본부장이 CFO로 올해 3월부터 업무를 맡았고 비슷한 시기 평택당진항 양곡부두를 운영사인 태영그레인터미널에는 백모 지역본부장이 재무책임자로 합류했다.
두 업체 모두 산업은행이 1000억원 이상을 대출했는데 태영그레인터미널은 SBS의 모기업 태영그룹이 주도한 사업이라 주목을 받았다. 태영인더스트리와 태영건설이 각각 35.67%, 7.33%를 출자했고 산업은행과 농협중앙회가 지분 10%씩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은 "산업은행 고위급 퇴직자가 대출계약을 맺은 기업에 재취업하는 것은 보은성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면서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성과 공공성 확보를 이루기 위한 실효성 있는 혁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