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데이터 무제한'이라 적고, '제한 있음'이라 설명한다."
이동통신사의 '무제한 요금제'가 허위·과장 광고 논란으로 제지 당하자 오히려 '말장난' 수준의 마케팅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2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공식대리점에 '가족과 함께 하면 데이터 무제한'이라는 문구가 적힌 홍보지를 배포 중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테더링·P2P·쉐어링·MVolP 제한 있음'이라는 문구와 '최대 3Mbps 속도 제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무제한(無制限)'이라는 말대로라면 제한이 없어야 하지만 '제한이 있다'고 모순된 내용을 부연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오해가 가능한 상황이다.
'무제한'과 비슷한 표현에는 '무료(無料)'가 있다. 이통사에서 배포된 홍보지에 '무료'라고 크게 적시돼 있지만 자세히 보면 각종 조건이 달려 확정된 '무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내야 할 '요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공식 홈페이지나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마케팅 방식도 대동소이하다.
이처럼 말장난식 마케팅용어가 나온 이유는 꼼수에 꼼수를 거듭하는 이동통신사의 마케팅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동통신 3사는 앞서 'LTE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실제로는 월 기본 사용량을 다 쓴 이후에는 LTE데이터는 급격히 느려진 속도로 제공되고, 음성·문자는 기본 제공량을 넘기면 사용이 제한되거나 추가 요금이 부과돼 "사실상 무제한이 아니다"라는 소비자단체의 비판이 잇달았다.
기존 서비스가 변화하지 않을 경우, 무제한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는 것이 가장 단순한 해결법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이동통신 3사는 '무제한' 표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지난 9월 공정위가 이통 3사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한 동의의결안을 보면, 표시광고 개선 부문에서 문자에 대해서만 '무제한' 표현 사용을 중지하기로 했을 뿐 데이터와 음성의 경우, 자막의 크기와 색깔을 확대·변경하는 등 제한사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시하도록 권고했다.
영상광고의 경우 "제공량, 속도 등에 제한 있음"을 음성으로 안내할 것을 제시했고, 데이터로밍 등 유사서비스에 대해서도 제한사항을 동일한 방식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정했다.
이통사는 '무제한'을 사용하며 '속도제어'라는 제한 사항을 병기, 모순된 마케팅 용어로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르고 있으면서도 "법에 저촉될 것 없다"고 응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무제한' 등 이통사의 서비스 마케팅이 혼란이 부른다는 지적은 올해 국감에서도 회자됐다. 지난 12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국정감사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공항에서 9900원에 데이터 로밍을 하는데, 하루에 100MB만 (기본) 제공된다"고 지적하자 과방위원장을 맡은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9900원에 100MB밖에 안 되는 줄 몰랐다"며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40만원이나 나왔다"고 경험담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이통사가 꼼수 마케팅을 하다 정부가 조사하니 또다른 꼼수를 만들면서 '이상한 표현'이 생성되는 모습"이라며 "소비자 권익 침해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