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조선업계의 '맏형'인 현대중공업(009540)이 매출절벽과 노조와의 장기전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3분기 현대중공업이 영업이익 900억원대를 시현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한 연속 흑자 행진은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70% 이상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을 한 것.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수주잔량 감소다. 올해 들어 잇따른 수주 소식이 들리고는 있으나 건조가 완료돼 빠져나가는 물량에는 역부족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 및 해양 부문 인력에 대해 순환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관련해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지난 1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군산조선소의 가동중단의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현대중공업 본사 물량도 겨우 8개월치만 남아 있을 뿐"이라며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측 설명에 따르면 현재 울산조선소가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량의 수는 약 75척에 불과하다. 평균적으로 현대중공업은 연간 약 100~120척을 수주하고 수주잔량을 250~300척 규모에서 운영해왔으나 지난 몇 년간 극심한 수주절벽으로 인해 도크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은 올 들어 총 99척의 수주 실적을 올렸으나 현대중공업 단일 수주는 30척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뿐 아니라 울산조선소 내 도크 2기를 폐쇄했으며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H도크도 폐쇄할 예정이다.
권 부회장은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위기에 처한 지난 2014년부터 현대중공업 사장에 선임됐다. 당시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던 권 부회장은 조선업계와 마찬가지로 실적 악화를 겪던 정유업계에서 경쟁사들이 적자를 내는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며 회사를 이끌어 주목받았다.
현대중공업은 권 부회장 경영체제 하에서 빠른 위기판단과 구조조정 대책 덕에 조선 빅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가운데 가장 빨리 실적을 회복세로 되돌렸다. 지난 4월에는 비(非)조선사업부를 인적분할하며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조와의 관계에 있어 불통 상황이 지속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013년까지 19년 연속 무파업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4년부터는 매년 파업을 반복 중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며 올해 임단협 교섭과 함께 병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노사 간 가장 쟁점이 되는 사항은 기본급 20% 반납을 포함한 인적 구조조정과 상여금 분할 지급 문제다. 사측은 당초 노조에 전 임직원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기본급 20%를 반납할 것을 제안했으나 노조의 반대에 부딪히자 해당 안건을 철회하고 대신 순환휴직 등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까지는 부분파업을 하다가 지난 2월에는 23년만에 전면파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현 시점까지도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며 다음 해로 협상이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 집행부의 임기가 올해까지라 새 집행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재가입한 현대중공업지부는 17~18일 차기 지부장을 선출하기 위한 후보등록을 전개하고 있다. 투표는 오는 27일 치러질 예정이다. 업계는 지난 2013년부터 주도권을 쥔 강성 성향 집행부가 이번 선거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권오갑 부회장이 당시 사장으로 취임해 강력한 구조조정 계획을 짜고 있을 때 시기가 맞물려 그동안 중도 실리파였던 노조도 강성 성향으로 변경됐다"며 "사측에 구조조정에 대한 반감도 있지만 계속된 파업 등으로 현장의 피로감도 커 경쟁이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