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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차명계좌서 4조원 증발, 금융위 방조"

박용진 의원 "배당·이자소득 탈루 정황 국세청 조사 촉구"

이수영 기자 기자  2017.10.16 1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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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8년 이른바 '삼성특검' 과정에서 확인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4조4000억원에 이르는 자산이 실명전환 없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조준웅 특별검사가 지휘한 삼성특검은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주식과 예금을 합쳐 약 4조5373억원을 486명 명의의 1199개 차명계좌로 운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9년에 걸쳐 거의 대부분이 자취를 감춘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강북을)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64개 은행계좌 가운데 단 1개만 실명으로 바뀌었고 나머지는 차명계좌 상태에서 계약(만기)해지됐다.

또 증권계좌 957개는 실명전환 건수가 단 한 건도 없었고 전액 출금 또는 이체됐다. 646개는 계좌폐쇄, 현재 유지 중인 311개는 잔고가 없거나 고객 예탁금 이용료 정도만 입금된 상태다.

이 같은 지적은 이건희 회장의 도덕성 논란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삼성은 특검 발표 직후 대국민사과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 신탁한 것으로 모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과징금을 내고 남은 재산은 이 회장 등 일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있는 곳에 쓰이도록 시간을 갖고 추진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도 거짓말에 불과했다는 게 박 의원 측 주장이다.


박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차명계좌는 비실명자산이 아니므로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실명법 제3조에는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야 하고,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 개설된 비실명계좌는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즉 금융기관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예치된 자산에 대해 지급 및 상환·환급·환매 등을 할 수 없음에도 금융위 유권해석에 따라 이를 모두 지급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금융위는 1997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96도3377)' 판결을 근거로 댔는데 이는 다수 쪽 대법관 두 명의 보충의견을 적시한 것"이라면서 "보충의견은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금융위가 무리한 유권해석을 했다"고 꼬집었다.

또 이듬해인 1998년 8월 대법원이 차명계좌를 실명전환 대상으로 인정하는 판결이 내놨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판결문은 2008년 금융위가 발간한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금융위의 잘못된 유권해석으로 이 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면서 "금융적폐이자 노골적인 정경유착 행위를 통해 이 회장은 2조원 넘는 세금과 과징금 부담을 털고 삼성생명에 대한 압도적 지배를 실현했다"고 일갈했다.

또 "수십 년간 차명계좌를 유지해 이자와 배당소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우에 따라 과징금과 소득세를 수조원까지 추징할 수 있다"면서 "아직 10년 시효가 살아있으므로 금융위가 사명감을 갖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박 의원은 이날 정무위의 금융위 감사에서 관련 문제를 지적하고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 공동으로 국세청에 징수작업 착수를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