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국감)가 시작 이틀 만에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 곳곳에서 파행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적폐청산에 대해 자유한국당(한국당) 등 야당이 신적폐,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조하며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양새다. 산적한 이슈에 각 당의 여론전이 치열해지면서 정책국감의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13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법사위원회(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국감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을 놓고 소동이 벌어졌다. 청와대가 김 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하자 국회의 임명동의 부결 입장을 무시했다며 벼른 결과다.
◆ 법사위 "김이수 헌재소장 대행 무자격" 논란
김 대행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지난 9월11일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대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다른 재판관들의 의견에 따라 당분간 추가 인선 계획은 보류됐다.
이날 국감장에서 포문을 연 것은 국민의당 간사인 이용주 의원이다. 이 의원은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권한대행은커녕 헌법재판관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며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선언하자,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도 "헌법재판관 역시 국회 재적인원 과반이면 탄핵할 수 있다"며 거들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은 "세월호 문제를 지적한 김 대행에 대한 야당의 보복"이라며 "대통령이 내년 9월까지 임기를 보장한다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김 대행은 올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 결정문에서 이진성 재판관과 함께 '(세월호 7시간 의혹이 탄핵 사유는 아니지만)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부여된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는 보충 의견을 낸 바 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대통령이 새 소장후보를 지명할 때까지 관례에 따라 대행체제로 운영되는 게 당연한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업무보고조차 받지 않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옹호했다.
결국 권성동(한국당) 위원장은 오후 들어 국감 중단을 선언하고 향후 일정을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알렸다. 여당 역시 야당을 배제한 국감은 진행하지 않는 것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 행안위, 장제원 "경찰개혁위원회는 좌파"
비슷한 시비는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경찰청 국감장에서도 벌어졌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이 '경찰개혁위원회를 좌파가 장악했다'는 전제를 내놓자 신경전으로 번졌고 시작 50여분 만에 정회가 선언됐다.
장 의원은 "경찰개혁 권고안이 어떤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국회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라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도 사실상 민간기구가 아니므로 국회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은 개혁위원들의 내부회의 녹취록 제출 및 증인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이철성 경찰청장은 위원들 동의하지 않으면 회의녹취록을 제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경찰개혁위를 좌파로 규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민간인 신분인 위원들의 사적인 발언은 제출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야당 요구를 일축했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한국당 의원들이 유성엽 위원장(국민의당)에게 했던 거친 행동에 유감을 표하며 예정보다 1시간30분 늦은 11시30분께 시작됐다.
◆ 농해수위 '세월호 보고 조작' 논의 불필요?
전날 교문위 교육부 국감은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당시 국정원의 찬성의견서 '차떼기'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이다 물리적 충돌 직전에 산회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문제의 의견서를 직접 열람하겠다고 나선 것에 유 위원장이 '간사단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대한 게 이유였다.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기정통위)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도 조원진 자유애국당 의원이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의 증인채택을 요구하며 논쟁이 벌어졌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긴급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세월호 참사 대통령 보고 조작 문건'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논란이 됐다. 여당이 해양수산부의 추가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에 야당이 정치공세로 역공에 나서면서 국감이 한 때 정회되기도 했다.
안상수 한국당 의원은 "정책감사를 해야 하는데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지난 일을 정리하고 미래로 가자고 해서 성실히 하고 있는데 부적절한 말씀은 유감"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권석창 의원도 "대통령비서실장이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느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책감사를 하자고 해서 안 했다"며 관련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는 지금도 조사 중"이라며 "해양수산부(해수부)가 지원하는 일인 만큼 우리 상임위의 일"이라면서 "진실을 가로막는 부분에 해수부도 역할을 했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이후 설훈(민주당) 위원장이 "300명이 넘는 인원이 유명을 달리 했고 살릴 수 있었는데 보고가 늦어서 못 살렸다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될 수 있다"고 말을 보태면서 분위기는 크게 격앙됐다.
'위원장 자격이 없다'는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고성이 오가면서 해수부 국감은 20분 만에 정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