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7.10.13 11:35:29
[프라임경제] '국정감사를 치르고 예산안과 밀린 법안을 처리한다.'
간단해 보이는 가을국회 업무지만, 정권교체 첫해의 청와대와 여권으로서는 녹록잖은 과제다. 상설협의체 카드를 야심차게 제시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몽니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선 김이수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체제 장기화가 온당한지를 놓고 헌재 국감 보이콧 위기가 오는 등 협치관계의 명맥이 대단히 가느다랗다.
아예 당대표 회동 불참 등으로 맞서는 자한당 외의 야당들도, 국정파트너로 대접받는다는 기분 측면의 이점 외에 메리트가 많지 않은 협의체 문제에 굳이 열을 올리지 않겠다는 계산을 끝낸 양상이다. 외교안보의 난국 부담만 각 당사자 간 나누는 대신 선명성 강조나 이합집산 문제 등 각자 이익의 검토가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협의체 등 협치 이슈를 자기 입으로 거둬들이는 선택을 청와대가 하기도 어렵다.
야권 일부와 협상을 지속해야 하는 국회 구조 때문이다. 현재 20대 국회 구성비는 장미대선으로 드러난 민심과는 약간 다른 비율을 보인다. 이를 당장 재구성할 방법이 마땅찮고 야권은 헤쳐모여로 이런 청와대와 여당의 약점을 파고들 힘을 극대화할 여지가 높다.
특히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12일 자신의 SNS에서 거론한 것처럼 바른정당 의원 일부가 자한당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총체적 난국이 초래된다. 이렇게 되면 자한당은 제1야당에서 일약 원내제1당으로 한층 격상된다. 청와대로서는 대국회 협상 전략의 난항 정도가 아니라 전면 마비를 겪을 수 있다.
그렇다고 국민의당에 무한정 힘을 실어주기는 또 어렵다. 국민의당이 3당 구조가 국민의 뜻이라는 등 아전인수식 정국 해석으로 청와대와 여권을 괴롭힐 또다른 힘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
자한당의 원내 제1당 부상 등을 막으면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지나치게 행사하지 못하도록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 등에 강약을 조절하며 황금비의 정답을 찾는 어려운 숙제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안고 10월 국정감사를 잘 치르는 게 어렵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박근혜 청와대의 불법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세월호 문서 조작' 이슈가 나왔다. 청와대로서는 자한당의 세력 확장 가능성 등을 가로막을 호재를 잡은 셈이다.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서는 다음 정치적 생명에 답이 없다는 위기감을 바른정당 일각에 불어넣을 수 있다. 문서 조작 사건 처리를 놓고 후폭풍이 크게 작용하게 되므로, 여러 야당의 각종 몽니도 상당 부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10월 국감을 약간 수월하게 처리하고, 11월 국회로 시간이동을 하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든 어려움을 '박근혜 청와대'가 갑자기 대타로 안고 사라져주는 것은 아니다. 그 효과가 장기간 갈 수 없다는 것은 외교안보상의 여러 난제 때문에도 분명하다. 다만 11월 국회에서 '경제 법안 추진'만 숨통이 지금보다 약간 더 틔여도 청와대로서는 대단히 유리해진다.
향후 4 년의 흐름을 그리는 작업 외에도 문재인 정부는 다양한 경제 및 사회 구조 전면 개편을 시도할 뜻을 품고 있다. 여야 대결로 그 작업 청사진을 만들 골든타임을 허비할 위험이 이번 세월호 문서 조작이 10월에 찾아와줌으로써 해소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워밍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쓸모가 당장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용도폐기하기도 쉽지 않았던 협치엔진은 잠시 꺼두면 된다는 명분을 청와대는 이번 사건의 급부상으로 얻는다. 바람을 타고 날다 11월 이후에 다시 적당하고 유리한 때 켜보면 되는 '공중 재시동'이 가능해진 것.
이렇게 힘의 낭비를 줄이고 11월 국회에서의 전면대결에 나설 청와대와 여권의 '경제법안 처리' 추진력에 관심이 모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