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롯데 4개 계열사 분할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한 롯데칠성음료(005300) 소액주주 A씨는 지난 20일 거래 증권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다음 날(21일) 들어올 예정이었던 주식대금이 다음달 17일에야 들어오게 됐다는 통보였다.
#. 롯데제과(004990) 소액주주인 B씨 역시 매수청구권 행사를 증권사에 맡기면서 "9월21일에 대금이 입금될 것"이라고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예정일에서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을 통과한 롯데쇼핑 등 4개 계열사의 분할합병이 지난 18일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끝으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이 경 영상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가 보유지분을 정당한 가격으로 회사에 넘길 수 있는 권리다.
주주로서는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일정비율 이상을 행사할 경우 회사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신동주 SDJ 회장은 7800억원 규모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했고 롯데소액주주연대모임(소액주주연대)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 대금지급 시점을 두고 소액주주와 롯데그룹(롯데), 위탁 증권사의 주장이 곳곳에서 엇갈리며 오해와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입금일 하루 전 일방통보"…명절 앞두고 날벼락
최근 소액주주연대 모바일 카페에는 불만을 토로하는 소액주주들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한 회원은 "롯데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고 되묻는가 하면, 일정연기를 통보받았다는 또 다른 주주는 "20일 오전 11시 넘어서야 연락을 받았다"면서 "돈이 들어오면 다른데 써야하는데 법적으로 대응할 방법 없느냐"고 답답해했다.
회사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면서 '21일 당일까지 어떤 안내도 못 받았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것 아니냐' '롯데답게 막무가내로 통보한다'는 날선 반응이 줄을 이었고 롯데의 지급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성호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롯데쇼핑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변제해야 할 부채가 3조원대에 달한다"면서 "단기차입금 비중이 커서 부채의 질도 상당히 안 좋은데 비상장사를 상장사로 전환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는 유동성 위기를 포함해 지급 일정을 미뤘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맞섰다. 규정에 따라 매수청구권 행사 종료 후 1개월 안에 지급하면 되는데 이에 맞춰 10월17일로 최정 일정을 확정했고 이외에 다른 날짜를 고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임시주총 다음날부터 매수청구권 행사(20일 이내)와 대금지급까지 미리 계획된 일정으로 진행됐고 지급일은 10월17일로 잡혀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일부 증권사에서 잘못 안내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며 다소 애매한 답을 내놨다.
◆예탁원·증권사 "롯데, 19일에야 '대금지급 연기' 공문"
그런데 증권사들의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이 공지한 일정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했을 뿐 '잘못'이나 '실수'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C증권사 관계자는 "관련 업무는 예탁원 전용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는데 고객에게 안내하는 모든 일정은 예탁원이 공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면서 "당초 롯데 분할합병 관련 주식매수청구 지급일은 '9월21일'이었고 최근에야 바뀐 일정이 등록돼 부랴부랴 고객들에게 알렸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롯데그룹은 뒤늦게 9월 중 대금을 지급할 계획이 있었다는 점을 일부 시인했다. 다만 일정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임의로 넣은 날짜였을 뿐, 예탁원의 재공지 시점과 일부 증권사의 과열 경쟁이 오해를 부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일부 주주에게 고지된 '9월21일'은 올해 4월 작성됐던 신고서류에 임의로 넣은 것이고 최종일정을 확정해 바로 예탁원에 알렸다"면서 "예탁원이 지난 18일부터 확정된 일정을 공지했는데, 몇몇 증권사가 공식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정보를 옮기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재차 이어진 해명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설명은 복수의 증권사들과 예탁원의 입장과 여러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처음부터 10월17일로 대금지급 연기를 결정한 주체는 롯데이며, 이를 알린 시점은 이달 19일이다. 또한 관련 업무의 주도권은 발행사인 롯데가 쥐고 있고 예탁원과 증권사들은 '창구' 역할만 할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D증권사 관계자는 "예탁원에서 '발행사(롯데)가 대금지급 일정을 변경했다'며 공문을 보냈는데 그게 19일에 도착했다"면서 "바로 개인고객을 담당하는 PB에게 전달해 활용하도록 조치했는데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면 우리로서도 난감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예탁원 역시 억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예탁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으로 주식 실물의 위탁보관과 유통을 주요 업무로 삼는다. 공공기관이지만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같은 감독기관의 역할이 아니라 주식 유통을 원활하게 관리하는 일종의 '메신저'인 셈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발행사가 대급지급일을 변경한 것은 사실이고 19일 제출한 공문에 해당 내용이 있어 바로 공지에 올렸다"면서 "변경 내용 외에 세부적인 사항은 발행사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우리도 알 길이 없다"고 응대했다.
그는 "발행사가 일정을 결정하면 우리는 중간에서 전달만 하는 입장인데 늑장을 부린 적도, 그럴 이유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신격호 전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는 지난 20일 보유하던 롯데쇼핑(023530) 지분 전량(3만531주·0.09%)을 장내매도했다고 27일 공시했다. 금액으로는 67억원 상당이다.
이번 분할합병 과정에서 몸값 뻥튀기 의혹이 제기됐던 롯데쇼핑은 최근 신동주 회장이 보유지분의 3%를 뺀 나머지에 대해 풋옵션을 행사했고 서씨도 지분팔기에 나서면서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기존 57.50%에서 52.46%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과 식품부문 계열사 3사는 지난달 29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롯데지주 출범을 위한 분할합병이 가결됨에 따라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되며 기존 주식매매거래는 28일부터 중단됐다. 주권 재상장 및 변경상장은 다음달 30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