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7일 회동을 가진 가운데, 국정 운영에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날 협의 사항의 요체는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에 대한 합의 부문. 협의체를 구성해 초당적 협력으로 국정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현재 나온 바로는 '외교·안보 관련 문제는 대통령, 입법 사안은 국회'에 주도권을 주는 투트랙 형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협의체 구성은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협치 공약이라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이미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인 5월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상설협의체 구성을 거론한 바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각당의 대표들까지 모여 기본적인 구상 공유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뿐더러, 북한 핵위협 상황에서 안보적 이슈가 많고 어려운 상황에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 모색의 첫단추를 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추가적으로 의미가 부여된다.
◆협치 공약, 실현되나 눈길
청와대가 제안한 상설협의체 구성 방안에는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참석하는 국정협의체를 매월 1회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여기서 논의할 의제를 준비하기 위한 실무협의기안구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안에 따라 국무총리나 관련 부처 장관을 참석하게 하자는 내용도 포함돼 사실상 야권에도 정국 전반에 대한 고급 정보 공유와 허심탄회한 논의, 발언권 보장을 통한 정책 참여 등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향후 대통령이 주재한다는 점에서, 국정협의체를 도구로 국회가 대통령 밑에 있는 것처럼 국가 시스템을 재편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구상에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원내대표)이 중재안을 내놓은 것이 이 같은 우려를 기저에 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상설협의체를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 중심의 회의체와 국회가 주도해 총리가 참석하는 협의체 투트랙으로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놨다. 결국 합의안은 이 같은 주 권한대행의 중재안을 청와대가 수용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국가 시스템과 헌정 질서 문제 외에도 현실정치와의 접목 문제에서 진통이 대단히 클 수 있다.
일명 잠재적 우군 넣기, 즉 편짜기 문제다. 상설협의체 참여 대상을 두고 이견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성향인 정의당이 협의체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잠재적 우군이기 때문. 반면 보수정치권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만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결국 정의당 배제를 요구하는 셈이다.
◆국회와 정부 '비빔밥' 우려, 대연정 '안 좋은 추억'도 문제
큰 문젯거리는 자유한국당이다. 이번 회동에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불참했고, 앞으로도 제1야당이 어깃장을 놓는 경우, 절름발이 논란이 일 수 있는 미완의 시스템 구상인 셈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의 정체성 확보 문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시도가 '섣부른 선의'로 오히려 부메랑이 된 예가 있다. 2005년 7월, 노 전 대통령은 옛 한나라당 등의 비협조에 지쳐 지역 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제 개편을 전제로 대연정을 제안했다.
총리 지명과 조각권 등을 한나라당이 행사하는 대연정 구상은 그러나 호남 민심의 이반을 가져왔다. 이들이 한나라당과 손잡겠다는 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미니정당이던 구 민주당(현재의 민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과 분당해 있던 민주당. 호남정당 성격이 강했음)으로 넘어갔다. 이 점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대단히 힘들게 했던 것.
잘 쓰면 마치 '리베로' 같은 국정 실타래 풀기 해법이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색채가 비슷한 다른 정당에 동력을 뺏기거나 반대 정파와의 소모적 입씨름에 힘을 낭비하는 정기적 무대가 될 우려를 어떻게 풀지 주목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