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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정리 거자필반] 아니, 그걸 집으로 보내면 어쩌라고

임혜현 기자 기자  2017.09.27 09: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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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람은 모이면 언제고 헤어지게 마련(會者定離), 헤어진 사람은 또다시 만나게 마련입니다(去者必反). 하지만 반갑게 만나서 헤어지지 못하는 관계도 있습니다. 바로 근로고용관계인데요. 회사가 정리(會社整理) 해고를 잘못한 경우 노동자가 꿋꿋하게 돌아온 거자필반 사례를 모았습니다.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징계나 부당노동행위를 극복한 사례도 함께 다룹니다. 관련 문제의 본질적 해결 방안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용자 주장: 안녕하세요? 저희는 최근 급여 인상 등 복리후생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 때문에 심각한 분규를 겪었는데요. 불경기임에도 억지를 쓰는 노조 때문에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저희 회사 형편에 대단히 타격이 될 걸 알면서도 파업을 강행해 이만저만 곤란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저희로서는 일단 소폭 인상 타결을 하면서도, 무리한 노조의 파업이 관행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다수 노조원들은 파업 기간에 회사의 노무관리 정책에 대해 궁금해 하고, 또 이런 점에 대해 저희는 월급명세서(예정)을 문서로 만들어 발송해주는 등 성실하게 답을 했습니다. 사실 파업 참여자는 회사 전산망에 접속 차단도 되니까, 발송을 해줄 필요도 있었고요.

불법 파업이 장기화되면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대단히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 우리 회사 사정이 지금 파업까지 불사하며 임금 줄다리기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 양해해 달라고 호소하니, 상당히 노조원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노조 조직(내지 지도부)하고 대다수 선량한 노조원들은 분리해서 조직에만 소송을 진행한다는 입장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노조 쪽에서는 오히려 적반하장, 저희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의 부당 지배·개입을 했다며 노동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맞불을 지르고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은 알겠지만, 이게 도대체 말이 되나요?

근로자 주장 : 안녕하세요? 저희는 A그룹 계열사로 있다 최근 B그룹으로 매각된 업체입니다. 임금 협상 등 고비가 닥쳐오자, 업황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는 건 이번에 새로 우리를 인수한 B그룹 쪽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는 패턴이더군요. 하지만 업황이 좋을 때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고 마냥 주주 배당금 등으로 퍼 쓰다가 막상 살림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직원들에게 고통분담, 급여동결을 도깨비 방망이처럼 사용하는 게 옳은 건가요?

최근에 치러진 저희 파업은 그런 점에 의의를 둔 것이었고요. 실상 한 달 내내 파업을 하려 한 것도 아니고, '단기파업'을 한 점도 지역언론이 보도해서 다들 아실 겁니다. 또 며칠 지나자 파업 참여율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비슬비슬 힘을 잃다 보니 회사에 큰 타격이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 직원들이 궁금해한다는 명목으로 집에 월급명세표를 친절하게 만들어 발송해준 겁니다!

당연히 '깊은 우려'라느니 '이대로 가면 세계적 불경기 와중에 회사의 존망 자체가 위협받는다'느니 파업 한 차례 했다 직장 자체가 무너질 듯 짧지만 임팩트있게 설명도 곁들였고요. 그리고 말로는 시뮬레이션 계산을 돌려서 보내준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파업 진행 시 받을 급여보다 일부러 적게 예상치를 적어 보내준 게 아닌지 의심까지 들고요. 결국 노조원은 물론 집안 식구들까지 불안감에 시달리게 일부러 그렇게 보낸 거라구요.

이번에 추가로 얼토당토 않게 손배소 소장까지 날아오고 보니, 저희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걸 눈 뜨고 봐야만 하나요?

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7부노99 사건을 참조해 변형·재구성한 사례

회사 측 주장은 대단히 온당해보이지만, 급여명세서의 운영 실질이 회사마다 업종마다 다르다는 점을 놓치고 있습니다. 사실 매달 친절하게 명세서를 봉투에 담아 건네주는 경우도, 이 사안처럼 전산으로 확인이 가능해 사실상 대부분 그냥 열어보는 일 없이 넘기는 경우도 있죠.

이 회사의 경우 소속 그룹이 바뀌면서도 대체로 전산 확인에 의존했다는 것인데, 파업과 이로 인한 회사망 접속 어려움을 이유로 친절한 종이 인쇄물 발송을 회사 측이 시도합니다.

실제 사례를 맡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이런 발송 방식 변경이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액수를 일부러 축소해 제시해 파업 의지를 꺾었다는 의구심도 문제가 됐는데요. 이런 의심에 합리성을 더해준 결정타가 바로 '일반우편물' 배송이었다는 문제입니다. 가족들이 쉽게 대신 열어보고 연쇄 파장을 입도록 의도했다는 정황으로 본 것이죠.

막대한 액수의 손해배상소송만 노조 탄압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노무관리로 보이는 처사라도 악의를 추정할 수 있으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로 기억해둘 만하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