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약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이유 삼아 대주주 적격심사 결격을 사유로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보류했기 때문.
이 같은 '오너리스크'에 삼성증권을 비롯한 삼성그룹주가 타격을 입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과 같은 기업의 계열사들은 대기업 총수의 영향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한결같은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타격 없는 삼성증권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방문해 초대형 IB 지정을 위한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같은 달 28일부터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5곳을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진행해온 금감원은 같은 날 현장실사를 통해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업무에 대비한 IT 체계 및 조직 인력현황, 사업계획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함께 병행할 예정이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관련 심사는 대주주 소송이 끝날 때까지 최소 1년여간 보류됐다. 이후에도 인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현재 입장인데, 형 집행 완료일로부터 5년 동안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인가심사도 받을 수 없다.
발행어음 업무는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융통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스스로 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빌려주거나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이다. 지난해까지 IB사업에 소극적이던 삼성증권이 최근 인력 구성과 비중을 조금씩 기업금융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와중에 터진 이슈라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이 강하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초 이 부회장 구속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너의 실형이 삼성증권을 비롯한 삼성그룹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주를 이룬다.
삼성그룹의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이 부회장 최종 판결까지 이어지겠지만 선고 등 개별 이슈에 따른 악재는 단기에 그치며 추가적으로 반영될 부분은 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업황과 개별 기업 상황 대비 오너 리스크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
실제 이재용 부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지난달 25일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줄곧 내림세를 이어갔다. 8월25일은 전일 대비 1.05% 하락한 데 이어, 28일(-1.96%)과 29일(-0.04%)에도 하락 마감했다. 그러다 8월30일은 0.26% 상승 전환했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의 경우 25일 삼성생명(0.25%), 삼성카드(0.53%), 삼성화재(1.39%), 삼성중공업(2.79%) 등은 반등했고, 삼성증권은 전날대비 주가 변화가 없었다.
이에 대해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발행 어음 사업이 완전히 엎어지는 것이 아닌 연기되는 것이기 때문에 해당 건으로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실적부분에 대한 걱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입장 표명 이후 해당 사업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이 실망했지만 오너리스크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것 같다"고 짚었다.
◆호텔신라 주가↑…'이건희 사망설'때와 비슷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며 호텔신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당시 호텔신라는 강세에서 보합으로 마감했지만 우선주인 호텔신라우는 상한가를 터치하기도 했다.
1심 재판 당시 호텔신라는 전일대비 0.78% 상승한 6만4700원에 종가를 적었고, 우선주는 6.1% 오른 6만2600원까지 치달았으나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6.27% 밀린 5만5300원에 마무리됐다. 특히 호텔신라 우선주의 경우 거래량이 전일에 비해 3배가 넘을 정도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 사장의 역할론 보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 등으로 내림세를 지속했던 호텔신라면세점 사업역량 강화 여부가 주가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며 6일 현재는 두 종목 모두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이번 오너리스크는 지난해 여름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로 삼성그룹주들이 일제히 출렁였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증권가 정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이건희 회장이 별세했다'는 뜬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삼성전자는 2~3%, 주요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4~5%가량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에스디에스, 삼성증권 등 대부분 계열사가 줄줄이 상승세였다.
그룹 총재의 사망설에도 주가상승을 이끌 수 있었던 요인으론 이 회장의 건강 악화를 어느 정도 예견해왔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다방면에서 이뤄지면서 경영공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시장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이 부회장의 실형 또한 삼성과 같은 계열사들은 총수 부재가 기업 자체의 펀더멘탈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룹의 주가 흐름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