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메모리 부문 핵심 고객사인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협상 최대 난제인 미국 웨스턴디지털(WD)와의 법적 분쟁이 끝이 난 상황이 아니기에 승기를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가 SK하이닉스(000660)가 속한 한·미·일 연합과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신(新) 미·일 연합, 대만 홍하이 연합 등 3곳과 협상을 계속 진행한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매각 협상 판도가 바뀐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도시바는 지난 6월말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계약서 작성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성사 가능성은 높았다.
그러나 7월 중순 도시바는 돌연 웨스턴디지털(WD), 훙하이 측과도 협상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융자 형태로 돈만 대는 걸로 알려졌던 SK하이닉스가 향후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WD가 합작 회사를 빌미로 '우리 동의 없이는 못 판다'며 소송을 걸고 늘어진 점 등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에는 '회사를 팔아 빚을 갚으라'는 채권단 압박에 이달 안으로 WD가 속한 신미일 연합과 최종계약을 맺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WD 측과의 이견으로 협상이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WD는 의결권 비율을 33.3%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주장했고, 도시바는 반독점 심사 통과를 위해 10년간 15%를 유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상 과정에서의 오해도 한 몫 했다. 도시바 측에 따르면, 양측의 구두 설명 내용이 계약서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대면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은 부분들이 막상 WD가 보내온 계약서 초안에는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가세하자 도시바가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연합은 지난달 31일 애플이 3000억엔(3조1500억원)을 대고 한·미·일 연합에 합류하는 방식의 새로운 인수안을 도시바에 제안했다. 애플이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고객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바가 이 제안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연합은 애플이 WD에 비해 정관계 인맥과 영향력이 훨씬 큰 만큼, 도시바와의 협상에서 반전 카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승기를 쉽게 점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도시바 메모리 매각의 최대 난관인 WD와의 법적 분쟁이 끝이 난 상황이 아니기에 여전히 승산은 WD에게 있다는 것이다.
도시바의 대만 훙하이 연합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지금껏 중국계 기업에 반도체 기술 넘긴다는 일본 국민의 반발 여론으로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에 홍하이 연합은 일본 소프트뱅크, 미국 구글 등과 컨소시엄을 결성, 도시바가 요구하고 있는 2조엔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더미에 앉은 도시바로서는 솔깃한 제안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가세로 협상의 승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뿐"이라며 "여전히 누가 주도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시바가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말까지 부채를 정리해야 하는데, 각국에서의 매각 승인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해 3분기 중에는 매각 작업을 끝내야 한다"며 "머지 않은 시점에 결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