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상대적 약자에 대한 비상식적인 횡포, 일명 '갑질'은 국민적 공분을 넘어 혐오대상이 된지 오래다. 갑질로 뭇매를 맞은 기업들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당사자가 고개를 숙이는 이유다.
그래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071840·하이마트) 대표의 직위보전과 롯데그룹(롯데)의 침묵은 확실히 눈에 띈다.
지난달 22일 한 언론을 통해 과거 롯데월드 대표였던 그가 직원 A씨에게 폭언과 해고 위협을 가한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이틀 뒤에는 롯데월드 고위 임원이 A씨를 회유해 입을 막으려 한 사실과 하이마트 전·현직 사원들의 추가증언이 전파를 탔다.
그런데 묘하게도 열흘이 지나도록 이 대표 본인은 물론 롯데는 숨을 죽이고 있다. 직원들의 피해 현황을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하이마트도 조용한 가운데 "사실확인 중"이라는 모호한 답만 되풀이 되는 상황이다.
롯데 관계자는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관련자 처분이나 대응이 가능하다"면서 "내부적으로 계속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덧붙여 하이마트가 상장사인 탓에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고도 설명했다.
◆위기의 신동빈 구할 '실적사냥꾼'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임에도 일부 배경을 추측할 수는 있다. 현재 롯데, 특히 신동빈 회장의 처지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임을 감안하면 이동우 대표의 역할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롯데 경영권을 안전하게 확보하려면 법원의 무죄선고 다음으로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게 바로 가시적인 '실적'이다. 그리고 이 대표는 신 회장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보도된 내용이 워낙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인데다 이 대표가 '중책'을 맡고 있어 섣불리 결정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이 피해를 당한 것은 사실인 만큼 공식사과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롯데 안팎의 전언을 모아보면 이 대표는 경영성과와 그룹에 대한 충성심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86년 롯데백화점 평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만에 계열사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데다 2015년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하이마트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마트의 수익성은 꾸준히 상승세를 탔고 올해 2분기 매출 1조638억원, 영업이익 613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11.9%, 50%씩 치솟았다. 말 그대로 어닝서프라이즈다.
이에 비해 같은 롯데쇼핑 계열인 롯데마트는 지난달 31일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를 통해 중국 롯데마트 운영자금으로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추가 조달하기로 했고 매년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기평 "롯데쇼핑, 사드 보복 풀려도 힘들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소매유통 부문이 전체 매출의 53.7%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며 "사실상 화학(롯데케미칼)을 제외하면 업체별로 성장성이 정체되거나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입은 손실 규모만 5000억원대로 알려졌으며 연말까지 1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3일 호텔롯데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롯데쇼핑도 등급전망하향기준에 가깝다고 경고했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이 해결돼도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평가와 더불어 분할합병 대상이었던 롯데제과, 롯데칠성의 경우 이후 재무안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결국 그룹 전체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 대표의 자리보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 가능한 대목이다.
한편 지난달 22일 <YTN>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롯데월드 대표였던 2012년 '흰머리를 염색하지 않았다'며 해당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매일 염색한 머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보고하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최근 하이마트에서도 직원들의 복장과 청소 상태에 집착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원은 임의로 대기발령하는 등 전횡을 벌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보도 당일 롯데그룹은 일반사원이 선배직원 또는 임원의 조언자가 되는 '역 멘토링' 시행을 포함한 기업문화개선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튿날에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1300명 규모의 하반기 신규채용과 향후 3년간 계약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