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7.08.31 14:33:37
[프라임경제] 법원이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이라며 사측에게 3년치 4223억원 상당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31일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사측이 2011년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은 노조 청구 금액(1조926억원) 38.7%에 해당하는 총 4223억원(원금 3126억원·지연이자 1097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 대해 노사 양측 모두 만족스런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과연 이번 통상임금에서 대두된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노동자 권리 행사 "기업 존립 위협이라 볼수 없어"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인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고 회사는 과거 근로로 생산한 이득을 이미 얻었다. 노동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후에 추가 지급돼야 한다는 점에만 주목해 '기업 존립'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기아차 사측은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서 가장 핵심 사안으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으로 판단했다. 즉, 사측 패소 시 노조가 추가 수당요구로 '경영상 중대한 차질'을 겪을 것인가에 중점을 둔 셈이다.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이 2010년 이후 최저실적인 7870억원(전년比 44% 급감)을 기록한 기아차 영업이익률은 △2012년 7.5% △2015년 4.8% △2016년 4.7% △2017년 상반기 3%로 급락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판결결과에 따라 실제 부담 잠정금액인 1조원을 즉시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는데, 회사 영업이익이 지난 상반기 7868억원(2분기 4040억원)인 현실을 감안할 때, 3분기 영업이익 적자전환은 불가피하다"며 "여기에 중국 사드 여파 등으로 인한 판매급감 등에 더해 충당금 적립으로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재판부 역시 사측이 예측하지 못한 재정적 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회사에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는 매년 근로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는데 인용된 원금 3126억원은 이보다 적다"며 "청구금액은 1조926억원 상당인데 인용금액은 4223억원에 불과하며 회사가 이 금액을 일시불로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연차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고 노사 간 합의로 분할 상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 기아차가 2008~2015년 사이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 순이익을 거뒀고 당기 순손실은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이 기간 매년 1조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정·경영 상태와 매출 실적 등이 나쁘지 않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중국 사드 보복과 미국 통상 압력 등으로 인해 기아차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사측이 이를 증명할 명확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재판부는 "회사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생산시설 해외 이전을 할 경우 국내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나, 가정적 결과를 미리 예측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노동자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방관하지 않고 향후 노사협의를 통해 분할 상환 등 발전적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어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상여금·중식대 인정, 일비는 안돼" 고정성 또다시 수면 위로
반면, 일부 승소 판결 후 입장을 밝히기 위해 모인 노조 측 대표와 변호인단은 상당히 밝은 표정을 보이면서 이번 승리를 자축했다.
김기덕 노조 측 변호인단 대표(변호사)는 "재판부에서 이번에 인정해준 금액을 보면 사측 주장을 많이 인정하지 않고 저희 측 주장을 많이 받아들였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전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만족스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결과에 있어선 안타까워하는 눈치다.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 △중식대 △일비 중 정기상여금과 중식비에 대해선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받았으나, 일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 때문이다.
재판부는 "상여금과 중식대는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인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노동자들에게 상여금과 중식대를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다만 일비에 대해선 "일비는 영업활동 수행이라는 추가적인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는 임금으로 고정성이 없다"며 "수당 계산에서 근로시간 수 등 노동자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휴일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가산 수당 및 특근수당 추가 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2차 소송을 담당해온 백하명 노조 측 변호사는 "신의칙 적용을 제외한 부분은 만족스럽지만 세세한 부분, 인정 안 된 부분도 많이 있다"며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많이 실망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항소를 통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기아차 사측 관계자는 "사측이 실제 부담할 잠정 금액은 1심 판결금액 약 3배에 해당하는 1조원 내외"라며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며,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도 이해하기 어려워 즉시 항소해 법리적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은 경영계 신의칙 주장에 '회사경영상의 중대한 위험이다는 가정하에 개별노동자에 대한 사용주의 근기법위반 의무가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는 판결에 주목한다"며 "사측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계기로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로 산업평화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