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덕 기자 기자 2017.08.28 17:38:47
[프라임경제] #.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남모씨(29·여)는 2014년 삼성전자 전용 매장에서 곡면 풀HD TV(모델명: UN55H8000AF)를 300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3년 만인 2017년 8월 갑자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남씨는 삼성서비스센터 직원을 불러 상황을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부품이 단종돼 수리할 수 없고 사용기간 감가상각 후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말뿐이었다. TV는 부품보유기간이 8년 아니냐고 따져 물었더니, '법적 효력은 없다. 그럼 보상금 받지 말고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하라'며 윽박질렀다. 남씨는 울며겨자먹기로 보상금 170여 만원을 받았다.

최근 삼성(005930)·LG전자(066570) 등 가전업계의 부품 조기단종 정책으로 소비자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기업들은 보상금을 지급하니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보상금이 같은 수준의 제품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TV·냉장고의 부품보유기간은 8년, 에어컨·보일러·정수기·가습기·제습기·전기청소기의 부품보유기간은 7년, 세탁기·전기압력밥솥 등은 6년이다.
다만, 이는 권장사항일 뿐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가전업계는 부품 생산라인을 유지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단종시킨 후 감가상각을 적용한 제품가를 보상하는 추세다. 기업입장에서는 이쪽이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은 다르다. 보상받는 금액이 같은 수준의 제품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구입 당시 받은 영수증을 소비자가 직접 증빙하지 못하면, 판매평균가로 계산돼 보상금은 더 적어진다. 500만원 TV의 보상 금액이 1만원이 되고, 180만원 냉장고는 반 토막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비자는 법규상 잔존값에 해당 제품 구입가격의 5% 금액을 가산해 지급받을 수 있다. 잔존값은 '구매가-감가상각비'다. 여기서 감가상각비는 '(사용연수/내용연수)×구입가'로 계산한다.
일례로 180만원짜리 TV를 구입해 6년(72개월) 사용했을 경우, TV의 내용연수인 7년(84개월)을 대입해 계산하면 잔존값은 26만원이다. 부품보유기간 내 부품이 단종돼 수리받을 수 없다면 구입가의 5%를 가산한 35만원을 보상받게 된다. 즉, 동일 제품을 재구입하려면 소비자는 150만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
상황이 이러하자 업계에서는 부품보유기간을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를 상대로 한 기업들의 갑질"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품 보유기간을 의무화하고 부품이 없어 감각상각 보상을 할 경우 가산비율을 높여주는 등으로 소비자 피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로 의무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강제 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의 의미"라며 "강제적으로 서비스 조건을 기업에게 규정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의무화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컨슈머리서치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5월까지 소비자고발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품보유기간임에도 부품이 없어 수리를 받지 못한 사례는 총 432건이었다. 이 중 가전제품이 280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트북 등 IT기기가 118건, 자동차 34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