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신용 금융소비자를 구제하겠다는 명분으로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 목표를 세우고 설립된 카카오뱅크의 신용평가시스템(CSS)이 기존 은행과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출범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한도는 1000만~20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고신용자들에게는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3%도 안되는 저렴한 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저신용자를 위한다던 카카오뱅크가 중금리 대출에 집중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발표된 카카오뱅크 대출현황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별 실행된 대출 비율은 대출금액 기준으로 1~4등급 신용자들이 9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5~8등급 신용자들의 대출 비율이 10%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대출 건수 자체가 적었던 것은 아니었다. 신용등급 5등급 이상 대출자들에게 실행된 대출건수 비중은 일별 평균 40%였으며, 특히 5~6등급(35%)은 3~4등급(28%)보다 대출이 실행된 건수가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결국 카카오뱅크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중·저신용자들이 더 많았지만, 아주 소액의 한도로만 받아갔다는 얘기다.
이 같은 대출 구조는 출범 초기 여신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저신용자들에게 낮은 금리에 높은 대출한도로 돈을 빌려준다면 연체율 상승의 위험이 높아지고, 고신용자들을 더 많이 취급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하겠다는 자신감과 상반된 카카오뱅크의 신용평가모델 시스템도 지적받고 있다.
연체 리스크가 없는 중·저신용자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NICE평가정보나 KCB 등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CB)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CSS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출범 전부터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외치던 카카오뱅크는 실제론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시장을 만들었다"며 "이 같은 현상의 발생 원인에는 예비인가 당시부터 준비한 차별화된 크레딧스코어서비스(CSS)가 결국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에도 기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은 자본 규모가 크지 않아서 대출 시 원리금상환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신용자로 대출 비율이 더 쏠릴 전망"이라며 "자본금과 관련한 제약 요인이 더 커지기 전에 당초 계획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별적 CSS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