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어(GORE)의 대형마트 판매제한 정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법인인 고어코리아(GORE Korea·대표 한경희)의 과거 해명이 거짓말 논란에 휘말렸다.
앞서 고어텍스 제품의 폭리 의혹이 처음 불거졌던 2013년 3월31일 고어코리아는 공식간담회에서 "가격 결정권자는 해당 브랜드 의류업체"라며 "원단 공급사로서 압력을 행사하거나 판매가격을 제어할 수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 임원은 "원단 가격 때문에 아웃도어 값이 비싸진 건 아니다"라며 "원단 가격이 같아도 브랜드마다 디자인과 마케팅비용 등을 더해 최종 판매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각각의 브랜드사이며, 우리가 조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사 4년6개월 소요 "사안 매우 중대"
그러나 공정위는 최근 고어 미국 본사와 홍콩, 한국 등 3개 법인에 대해 고어텍스(GORE-TEX)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방해한 혐의(공정거래법상 구속조건부거래)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36억7300만원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2013년 3월 초 국내 아웃도어 유통구조에 대한 조사 착수 이후 약 4년 6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고어의 조직적인 유통채널 봉쇄정책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가격 형성 과정에서 압력은 없었다"는 주장 자체가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통채널전략은 핵심 요소로 꼽히는 탓이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연관된 업체(고객사)들이 수십 곳이 넘어 조사 범위가 방대한 탓에 결과 도출까지 오래 걸렸다"면서 "사안의 위반 정도가 중대해 상대적으로 과징금 부과율을 높게 적용했다"고 말했다.
기능성 원단인 고어텍스는 방수·투습 등 기능성 원단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며 이를 개발한 고어는 상표권(GORE-TEX®)도 갖고 있다. 국내 29개 아웃도어 업체들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원단을 받아야 완제품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갑(甲)과 을(乙)'의 구조가 명확하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고어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대형마트 판매금지 정책을 고객사에 일방 통보했다.

특히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로서 대형마트 매장을 방문해 수시로 판매여부와 가격을 점검해 업체들을 감시했다. 위반한 경우 제품 전량회수를 요구하고 나아가 아예 원단 공급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사례도 네 차례나 확인됐다.
공정위 측은 "2010~2012년 사이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들을 할인판매하면서 시중 대비 절반 가까이 저렴한 가격이 책정됐지만 해당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했다"면서 "고어가 대형마트 판매를 철저히 차단한 탓에 시장가격이 매우 높게 유지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어코리아 "시각의 차이" 공정위 불복 시사?
반면 고어 측은 공정위 결정에 대해 "시각의 차이"라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친 동시에 과거 해명도 잘못된 점이 없음을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통채널 제한은)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전혀 무관한 정책"이라며 "공식입장은 추후 서면자료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국내 고어텍스 제품의 60%는 전문점 등 대리점을 통해 판매되며 30%는 백화점, 5% 정도가 아울렛에서 유통돼 상대적으로 가격할인이 쉽지 않은 구조다. 아웃도어 업체들 역시 제고·이월제품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곤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기준 국내 기능성원단 시장에서 고어텍스 점유율은 62%로 나타났으며 국내업체 비중은 △코오롱(HIPORA) △블랙야크(야크테크) △네파(X-VENT) 등을 주축으로 32%를 차지했다.
또한 2012년 2월 서울YMCA가 해외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내외 판매가격을 제품별로 비교한 자료를 보면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한 의류와 신발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평균 71% 비싸 다른 기능성원단 제품(42.9%)에 비해 30%가량 차이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