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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키 재조정 나선 거래소, 역대 이사장 살펴보니

통합거래소 출범 후 5대 이사장, 모피아·관치금융 논란의 연장선

백유진 기자 기자  2017.08.25 16: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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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금융당국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역대 이사장들의 과거부터 최근까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17일 정 이사장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소신에 따라 한국거래소를 떠나려 한다"며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정 이사장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는 등 대표적인 '친박(親朴)' 인사로 꼽혔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권 시절인 지난해 10월 취임해 탄핵정국 당시 중도 사임설이 제기되며 제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교체 대상 1순위로 거론돼 왔다.

결국 정 이사장은 2019년 9월30일까지 2년 1개월가량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역대 최단 기간 재직한 이사장이라는 오명만을 남긴 채 11개월 만에 사퇴하게 됐다.

◆역대 이사장 26명 중 11명, 관료출신 '모피아'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기관들의 이사장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됐다. 한국거래소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래소 이사장이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거래소는 지금까지 총 26명의 이사장을 배출했는데 그중 절반에 달하는 11명이 경제관료 출신이다.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부터 살펴보면 2005년 이후 취임한 5명의 이사장 중 관료출신만 4명이다. 취임 때마다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통합거래소 출범 후 초대 이사장 선임에서부터 관련 논란은 계속돼 왔다. 당시 금융기관장은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일명 '모피아(옛 재무부 약자 'MOF'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라 불리는 인사들이 독식했다. 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에도 재경부 출신들만 추천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이에 청와대는 불공정한 절차가 개입됐다며 최종 낙점을 앞두고 있던 이사장 선발 절차를 전면 무효화했다. 결국 최종 후보 3명은 부담에 못 이겨 사퇴했고 열흘 만에 이영탁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일 후보로 결정했다.

당시 이사장 후보 선임은 1차 공모 무효화 후 비교적 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영탁 초대 이사장 역시 경제기획원 종합기획과장 예산실장과 재무부 저축심의관·증권국장 등을 역임한 재경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모피아 독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이 전 이사장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에도 출마한 바 있다.

◆정권 변경에 맥 못추는 이사장직 '낙하산 논란 계속'

초임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을 겪은 이후에도 거래소 이사장 결정에는 줄곧 모피아·관치금융적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이어졌다.

2004년 노무현 정권 시절 국무총리 정책상황실장을 맡았던 이정환 전 이사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거래소 이사장에 선출됐지만 취임 당시부터 정부와 갈등을 빚으며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기고 돌연 사퇴를 선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2005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 재직 당시 온화한 성품으로 조직 내부에서 높은 신망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 금융지주회장 후보를 밀어내 지속적인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사퇴 요구를 거부하자 이명박 정부는 거래소 접대비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를 하고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각종 외압을 가했는데, 결국 이 전 이사장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한국거래소 제3대 이사장으로 임명된 김봉수 전 키움증권 부회장의 경우 금융투자업계에서만 30년을 지낸 민간 출신이었지만 고려대 인맥이 부각되며 전형적인 'MB맨'으로 분류됐다. MB맨 꼬리표를 떼지 못한 김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연장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거래소 이사장 자리에 앉혔다. 최경수 전 이사장은 4년간 현대증권 대표이사를 지내긴 했지만 재경부 국세심판원장, 세제실장을 거쳐 조달청장까지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18대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특히 당시 한국거래소와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최 전 이사장이 현대증권 사장 재직시절 결정한 투자 실책으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졌다며 이사장 선정에 반발했다. 거래소 노조는 서울사옥 1층 로비에 천막을 치고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 전 이사장의 임기 만료 때에도 낙하산 논란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최 전 이사장이 연임을 포기하자, 박근혜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차기 이사장 자리를 꽤 차보려는 낙하산 인사들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이 과정에서 후보 심사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졸속 심사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공모 전 하마평 무성…노조 "적절한 인물 없어"

정 이사장의 사의 표명에 따라 거래소가 후임 이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는 차기 거래소 이사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낙하산, 보은인사 등을 배제해 적폐를 청산하고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이번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재 업계에서는 △김성진 전 조달청장 △김재준 현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최홍식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등 내부인사를 중심으로 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거래소 노조 측은 낙하산 인사 청산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동기 한국거래소 노조위원장은 "그간 논란이 돼온 만큼 낙하산 인사가 척결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내부인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하마평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차기 이사장으로 적절한 사람이 없다"고 제언했다.

여기 더해 "직원들의 전반적인 정서를 확인한 후 조만간 구체적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