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20일 경남 창원 STX조선해양 폭발사고는 원청기업에서 시작된 다단계 하청이 부른 비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5월 삼성중공업(028260) 크레인 사고에 이어 '위험의 외주화'가 간접적으로 입증된 사례라는 것이다.

저가수주로 명맥을 이어왔던 국내 조선업계는 인력도급을 통한 비용감축에 치우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6월 삼성중공업에 이어 최근 현대중공업(009540)이 중국에 밀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수주에 실패한 것도 수요와 공급의 차원을 넘어 우연이 아니다.
◆조선업계 저주로 돌아온 인건비 감축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1조6000억원 상당의 수주를 따간 중국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이 전혀 없다. 다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저가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는 국내 조선업의 오랜 강점이던 저가수주, 특히 인건비 절감을 위주로 한 전략은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그해 우리나라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87%나 쪼그라들어 글로벌 발주량 감소율(–72%)을 웃돌았다. 절대적인 일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취약한 설계능력과 핵심 부품의 국산화 등 체질개선 대신 하청을 거듭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인력수급에 매달린 결과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등의 전언을 모으면 사고로 숨진 근로자 네 명은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인 금산기업이 재하도급을 통해 동원한 이들이었다. 많게는 10단계까지 하청을 거듭하는 '물량팀 근로자'를 상대로 체계적인 안전감독이나 교육이 이뤄지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노동계의 진단이다.
무엇보다 인명사고 등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청기업(원청)은 직접 고용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직접적인 책임에서 자유로워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원청의 관리 소홀이 빚은 참사"라며 "위험작업 승인과 장비점검 및 감독의무는 모두 원청의 책임이므로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STX조선해양이 시설 일부로 제공한 방폭등이 막상 안전점검을 받은 것과 다르다는 의혹과 함께 원청이 사고의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최대 10차 하청까지…굳어진 '위험의 외주화’
노 원내대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표한 사인이 폭발로 인한 질식사인데 현장을 직접 돌아본 결과 적절한 안전관리 인력과 장비만 있었다면 없었을 참사"라며 "경비절감을 위한 다단계 하청으로 직원들은 안전조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위험한 근로현장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STX조선해양은 앞서 2015년 안전보건환경팀 총원의 55%를 감축하는 등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작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에 대해 체계적인 재해예방을 수행할 인력 자체가 부족했고, 사고 당시에도 밀착감시자가 배치되지 않아 조치할 틈도 없이 변을 당한 셈이다.
노 원내대표는 앞서 4월 국회에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 5월 6명의 근로자가 숨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도 피해자들은 박봉에 주말근무까지 시달리던 하청업체 직원들이었다"면서 "안타까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이어 "기업과 사업주가 비용을 아끼려고 안전의무를 하지 않고 책임이 덜 한 하청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위험을 '외주화'하기 때문"이라며 "잇따른 기업재해에도 책임자인 경영자와 기업에 마땅한 처벌과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근로자들은 계속 사고현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건조 및 수리업종에서만 근로자 1911명이 산업재해를 당했고 이 중 32명이 숨졌다.
해당 업종의 재해율은 0.83으로 전체 평균(0.49)의 두 배에 가깝고, 재해사망률을 가늠할 수 있는 사고만인율 역시 1.39에 달해 0.96인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0.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