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관광공사)가 2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통합 관광플랫폼' 구축에 대해 스타트업 등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민간업체들이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관광공사가 전에도 유사한 플랫폼으로 민간기업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일이 반복됐던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병욱 의원(분당을·교육문화체육관광상임위원회)이 21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가운데, 국정감사를 앞둔 정치권 역시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써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
관광공사는 지난 4일 입찰공고를 내고 19억9200만원 규모의 통합 관광플랫폼 기반구축 및 관광편의 서비스 개발(이하 통합 관광플랫폼) 용역을 의뢰했다.
해외 자유여행객(FIT·Free Intelligent Tribe)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관광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 챗봇을 연계한 여행 플래너 △위치기반 실시간 관광안내 △증강현실(AR) 길 찾기 △메뉴판 번역 △대중교통 자동안내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부분 여러 민간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해 서비스 중인 기능들로, 스타트업이 닦아 놓은 사업 환경에 공기업이 숟가락을 얹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일례로 메뉴판 번역은 외식전문 빅데이터 분석기업 '레드테이블'이 다국어 모바일 메뉴판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며 '플리토'는 AR을 적용한 메뉴판 번역 기능을 작년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챗봇을 연계한 여행플래너 역시 '레드타이버틀러'가 유사한 기능을 서비스하고 있고 AR 길 찾기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뚜버기'라는 네비게이션 앱에 포함돼 있다. 지난 14일에는 '조유'가 강원도 지자체를 대상으로 위치기반 음성해설 서비스를 무상 배포하기도 했다.
대중교통 안내는 이미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구도를 형성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아로정보기술'은 'Korea Transit Guide' 앱을 통해 대중교통 정보를 다국어로 지원하는데 이 업체는 2015년 한국관광공사가 SK플래닛과 함께 주최한 '2015 스마트관광 ICT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참여업체 내정 뒤 '카피캣 제작' 종용?
문제는 공기업의 습관적인 영역 침범으로 민간업체들의 역량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FIT 온라인 포털사이트' 구축·운영사업도 기존 스타트업이 개발한 플랫폼의 카피캣(copycat)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해당 발주는 총 7억2500만원 규모로 협상에 의한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공사 측이 공고 8개월 전인 2016년 10월경 수년 동안 유사한 플랫폼을 운영해온 업체와 접촉해 '카피캣 제작'을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업체 측은 참여할 기업들이 이미 내정된 상황에서 공사가 스타트업들에게 '무료봉사'에 가까운 요구를 했다고 토로했다. 일련의 상황은 공기업이 민간업체의 희생을 발판 삼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 했음을 짐작케 한다.
김병욱 의원은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스타트업이 구축한 기술을 베껴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정부의 창업 지원정책과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사업모델을 침범하는 것은 창업 생태계를 망가트리고 창업의욕을 꺾는 약탈행위"라며 "공공기관이 관련 사업을 추진할 경우 민간영역과의 중복투자,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도록 제도화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4년 11월 김광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정부의 스타트업 사업 베끼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가정보화 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이듬해 6월22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피해를 입어도 실무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는 조항만 명시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