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편리한 비대면 금융으로 은행권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일으키자 기존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강화를 통한 전면전보다 이들 은행과 중첩되지 않는 서비스 강화에 중점을 두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고쳐 잡는 모양새다.
시중은행이 경영 전략의 방향을 튼 이유는 출범 반년도 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신용대출 완판' '영업 보름 만에 200만 계좌 달성' 등 타이틀을 확보하며, 벌써부터 기존 은행들의 주 먹거리였던 여신과 수신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최근 여·수신 잔액을 합한 금액은 각각 1조5000억원, 1조6000억원 규모를 달성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나서기 어려운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업 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가시적인 성과까지 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우리은행의 경우 전체 IB부문 가운데서도 특히 해외자산 규모 증가세가 가파르다.
우리은행의 해외IB 자산 규모는 지난 2015년 총 18건으로 3억400만달러 규모에서 2016년 7건, 1억2500만달러로 줄었다가 올 상반기에만 12건, 5억7200만달러로 급증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넥센타이어의 체코공장 시설자금대출 규모는 3억 유로(3890억원) 규모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등 국제금융 중심지에 '글로벌 IB 데스크'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인수금융이나 항공기 발전 등 수익성 높은 딜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거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년 지주사로 전환되면 다른 금융지주와 비슷한 은행·금투·기타 계열사 IB조직을 통합한 별도의 기업투자금융(CIB) 조직도 신설할 계획도 세웠다.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을 신한금융의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은행, 금융투자(증권)는 물론 생명, 캐피탈 등 계열사 IB 조직을 통합한 GIB(그룹&글로벌투자금융)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신한금융은 최근 미얀마 양곤 시멘트 사업과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태양광발전사업에 대해 금융주자문과 주선 등에 참여해 약 12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2015년 외환은행과의 IB통합 이후에 '에어캡(AerCap) B787-9 운용리스 항공기금융' 등 3억달러 규모의 항공기금융 5건을 맡았다. 시중은행 최초 운용리스방식의 항공기금융을 주선해 1억5000만달러를 투입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올해 초 은행, 증권 등의 기업투자금융(CIB)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전환해 물리적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지난 6월 미국 발전소(LS파워 프로젝트) 인수 금융에 1억2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이 중 1억1500만달러는 미국 투자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재매각하는 데 성공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달성했다.
시중은행들이 과거 증권사와 산업은행의 전유물로 통했던 해외 IB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해외 IB 딜의 경우 높은 대출금리로 인한 고수익 외에도 주선 수수료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출금리는 리보(Libor)금리에 3.25%를 더한 연 4~5% 수준에서 설정돼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데다 주선자로 참여할 경우 투자금액의 0.5~1%를 수수료로 벌 수 있다. 또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금액이 조 단위에 이르고 참여한 PF 만기 역시 최장 10년에 이르는 등 장기 프로젝트라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들이 IB사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좋은 투자조건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외에도,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급부상으로 여·수신 경쟁 시장이 치열해진 것도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가 더 발달하면 인터넷은행의 공간이 더 확장되고, 여수신 시장에서도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중은행들의 현재 행보는 경쟁 시장에 무리해서 뛰어드는 것보다 다른 사업에 공격적 투자로 우위를 선점하는 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