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대기업이 '통상임금 집중포화'를 맞으며 적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대기업까지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부담금액이 연간 이익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산업계에 적자 경보를 울리고 있는 셈이다.
오는 17일로 1심 소송 선고기일이 예정된 기아차 통상임금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과거분 비용만 3조1000억원으로 알려지면서 승·패소에 따라 적자전환 여부가 달라진다.

'통상임금 압박'은 상반기 영업이익(7868억원·영업이익율 3%)이 전년대비 44%나 하락하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기아차에 있어 그야말로 경영 반전기회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사드 여파 및 보호무역 조치 등으로 중국 및 미국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는 현실 감안하면 그 피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패소시 적자위기 불가피…현대차그룹 '규모의 경제' 상실
기아차는 2011년 10월 2만7458명이 통상임금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 10월 13명이 대표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예정된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 1심 선고에선 2008년 8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6년 3개월간 신의칙 인정과 상여금 통상임금 확대 적용 여부에 대해 판단 받게 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통상임금 패소시 회사측이 부담할 금액은 회계감정 평가기준 3조1000억원. 이후에도 매년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인건비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4615억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영업이익(7868억원)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조원에도 미칠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통상임금 패소시 6000억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하며, 그 금액이 1조원 이상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 진행중인 재계 관계자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통상임금 압박은 견디기 어렵다”며 "그렇잖아도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국내공장 경쟁력이 하락해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통상임금 소송은 국내공장 이전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통상임금 패소가 단순히 기아차에 그치지 않고,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플랫폼 및 R&D는 물론, 계열사들로부터 자재·부품 공급을 공유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가 통상임금 패소로 재정적 위험에 빠질 경우 현대차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상실해 가뜩이나 세계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성장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직계열화 체계(완성차·자재·부품·물류 등 특화된 50여계열사 구성) 현대차그룹 존립 위기도 배제할 수 없어 대한민국 경제 한 축이 흔들릴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아차 노조 승소시 현대차 및 계열사 노조도 동일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수 있어 노사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임금 합의한 한국GM '경영 위기' 교훈 삼아야
이처럼 기아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 산업을 좌우하는 통상임금 판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 인정 여부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노동자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미지급된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아시아나항공은 통상임금 판결에 있어 신의칙을 인정받아 2016년 영업이익이 각각 △1조6419억원 △2570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동종업계인 한국GM도 2015년 10월 서울고법(대법원 파기 환송)이 "회사가 속해있는 산업군 특성과 전망(전기차·온실가스 규제 등 신기술 개발 경쟁), 재정상태를 고려할 때 연구개발이 중단되거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의칙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는 기아차가 포함된 자동차산업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전기차, 온실가스 규제 등 신기술개발 경쟁 등에 막대한 투자 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실례다.
다만 한국GM은 최종 판결 이전 2014년 단체교섭에서 통상임금 포함에 대해 합의하면서 인건비 증가로 인한 적자 누적은 물론, △국내공장 물량 축소 △구조조정 △한국 철수 우려 등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기아차는 이번 통상임금 1심 소송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아 하반기 회복 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아니면 존폐의 위기에 놓일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