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화 기자 기자 2017.08.04 15:27:34
[프라임경제] 경쟁사들과 달리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해지 뒤 6개월이 지난 유심(USIM) 재사용을 금지해왔던 KT(030200·회장 황창규)가 재사용하도록 정책을 돌연 변경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1일부터 약관 개정을 통해 기간에 관계없이 해지된 유심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재사용을 위해서는 유심을 초기화해야 한다. 또 분실 신고된 유심이나 교통카드 등 금융 기능 사용 이력이 있는 유심은 재사용할 수 없다. 초기화 등 조건을 갖췄을 경우 타인이 이용할 수 있으며, KT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유심은 휴대폰 이용자를 식별하는 칩으로, 통신 서비스 개통 시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KT는 개인정보보호 명목으로 서비스 해지 뒤 6개월이 지나면 본인을 비롯한 누구도 유심을 재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KT 이용자가 타사 서비스로 옮겼다가 6개월이 지나 다시 KT로 이동할 경우, 기존에 사용했던 유심을 쓸 수 없고 8800원을 주고 새 유심을 구입해야 했다.
반면, 경쟁사는 일정 조건 아래 유심 재사용을 허용했다. SK텔레콤은 이용자 본인이 유심 재사용을 원하면 유심 속 정보와 신분증 정보를 비교해 일치할 경우 기간에 관계없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유플러스는 금융거래를 하지 않은 유심에 대해선 본인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KT가 경쟁사 대비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유지해온 데 대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개인정보보호를 빌미로 KT가 사실상 유심 구매를 강요한다는 것.
KT는 이번 유심 정책 변경을 계기로 그간 강조해온 개인정보보호 논리를 뒤집고, 대신 새 정부의 통신비 절감 대책에 발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정보보호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해지된 유심의 재사용을 금했지만, 소폭이나마 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고 고객 편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재사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KT의 기존 주장대로라면 이번 정책 변경으로 KT 이용자의 개인정보 침해 위협도 가능한 상황이지만, KT는 "타사 유심 정책도 마찬가지"라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KT의 기존 주장에 타당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KT가 유심 재사용을 못했던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통신사들이 유심을 통해 과도한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법률로라도 가격인하나 유통 다양화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KT는 와이파이 개방과 관련해서도 "고객을 위해서"라고 입장을 밝히다 뒤늦게 기존 방침을 바꿨다.
KT는 "서비스 품질 저하 등 자사 고객 혜택 축소"를 이유로 타사와 달리 와이파이를 공용으로 개방하지 않았지만, 새 정부의 공공와이파이 확대 공약과 시민단체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6월 "통신비 부담으로 고민하는 고객을 위해"라며 와이파이를 개방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