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기자 기자 2017.08.04 09:17:02

[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정부과제 시스템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버겁습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신성철)는 3일 저녁 KAIST 창업원에서 정부 공무원, 연구원, 학생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Dinner와 4.0'을 개최했다. 이 날 행사에는 신성철 KAIST 총장은 물론,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재관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 등의 인사가 참석해 강연과 토론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 드론 연구의 권유자인 심현철 KAIST 교수의 '4차 산업혁명과 무인이동체 기술'에 대한 주제발표로 시작했다. 심 교수는 강연에서 세계 무인항공기의 역사와 분류 등에 관해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국내 무인항공기 연구개발 역사와 미래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다.
심 교수는 강연 내내 4차 산업혁명의 성공 요인으로 속도를 꼽았다. 2013년 별안간 등장해 전 세계 무인항공기 시장에 팬텀 드론을 출시해 어마어마한 성공을 보여준 DJI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DJI가 탄생한 홍콩과기대는 KAIST를 모델로 만든 학교다"라고 설명한 후 "드론 연구는 KAIST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연구 결과를 제품화하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라고 성공 요인을 꼽았다.
강연 내내 국내 정부의 정책 결정 속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던 심 교수는 강연의 말미에 우리나라 연구 생태계의 문제점을 제대로 꼬집었다. 그는 "정부주도 계획으로는 선진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라고 제언했다.
그는 산업계, 학계, 출연연, 정부의 문제점을 각각 분석해 설명했다. 먼저 중소기업은 영세하고 정부보조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은 무인이동체 분야의 잠재성을 사전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극적 투자 의지 역시 부족하다고 꼽았다. "우리나라 드론 원천 기술의 권위자들은 전부 다 삼성에 다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정작 삼성은 드론을 개발하지 않는다"라며 허탈해했다.
학계에서는 논문을 위한 연구가 우선시 되는 것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분야 간 협력이 부재하고 창업 등 기술 사업화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고 했다. "학생들도 논문이 나오기 힘든 연구는 피하자고 한다"라며 학계에서 산업계의 필요를 해소하는 연구를 하기 힘든 점을 에둘러 설명했다.
출연연을 대표하는 연구계도 마찬가지다. PBS 제도로 인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연구하기보다는 장기·대형과제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결국, 학계나 출연연 모두 외형적 연구 성과지표에 치중하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기술 개발에 뒤쳐진다는 의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심 교수는 정부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요즘 드론의 기술 주기는 3년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연구과제를 시작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라며 정부의 느린 의사결정 속도를 지적했다. 또한, 잦은 순환 보직에 따른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과 지원 역할을 자임하나 성과가 부족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빨리 해결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을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끝으로 "우리 연구실의 건배사는 '빨리, 빨리'다"라며 "이제는 6개월 연구해서 성공하지 못 할 것은 빨리 접고 새로운 연구를 시작해야할 정도"라고 현 시대에서 속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좋든 싫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온다. 굳이 심현철 교수의 일갈이 아니라도 현재 우리나라 연구 생태계가 좋게 말해서 20년 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기술의 주기가 점점 빨라져 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심 교수와 같은 전문가의 충고가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