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철강사와 조선사 간 하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빅 매치'가 예상된다. 철강업계가 요구하는 가격 인상 요인과 조선업계가 요구하는 가격 동결 또는 인하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철판으로 주로 조선 선박용으로 사용된다.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일반적으로 후판에 대해 연간 발주 수량을 정해놓고 반기별로 개별 회사마다 가격협상을 진행한다. 각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와 현대중공업(009540) 등 업계 주요 회사들은 최근 올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철강업계는 이번에야말로 가격 인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후판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선사들의 협상에서 가격을 높이지 못하면 철광석 등 원자재의 가격 인상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불황으로 인해 조선사들의 후판 수요도 급감했으며 그에 따라 철강사들도 가격 협상에서도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강하게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중국에서 들어오는 후판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 역시 철강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실적발표 컨콜에서 "최근 중국산 후판 및 열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회사도 유통향 후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면서 "다만 후판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 여부는 주요 수요처인 조선사와의 가격협상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후판 협상의 기조가 가격 인상이라는 것을 확실히 한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에 비해 신조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후판 가격 인상에 긍정적인 신호로 꼽힌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조선사들은 28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를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시기 기록했던 84만CGT에 비해 약 3배가량 높아졌다.
이런 실적 호조의 결과로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타 조선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올해 상반기 조선 빅3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동반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 등 낙관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반해 정작 조선사들은 이런 낙관론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아직 업황이 살아났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클락슨 리서치가 조사한 신조선가지수(선가지수)도 이번 상반기 121~123포인트에 머물며 전년동기 126~131포인트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선가지수란 1998년을 기준(100포인트)으로 전 세계에서 새로 발주되는 선박의 수량을 지수화한 것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올 상반기 발주량이 그다지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수주 성적이 지난해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물량이 실제 건조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최근 선박 가격이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어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수주 물량은 늘어났지만 경쟁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어 수익성은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적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하반기 구조조정의 고삐를 더 죄고 있는 조선사들로서는 선박 가격의 20~30%까지 차지하는 후판 가격의 인상을 최대한 저지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