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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분식회계 쇼크…수은·한화 '어쩌나'

삼성과의 빅딜 산물·정부지원 대가 "가루될 판"

이수영 기자 기자  2017.08.03 11: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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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문재인 정부의 방산비리 척결 작업이 국내 최대 민간방산업체 한국항공우주(KAI·047810)의 분식회계 쇼크로 새 국면을 맞았다. 분식회계는 직원 개인의 비리를 넘어 조직적인 회계조작을 통해서만 가능한 범죄행위다.

2일 검찰이 KAI의 조직적인 분식회계 정황을 상당부분 포착해 수사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역시 관련 사안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KAI는 이튿날 오전 조회공시를 통해 일부 사실을 인정했다.

회사는 "회계인식 등에 대한 금감원 정밀감리가 진행 중"이라며 "추후 감리결과가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KAI가 궁지에 몰리면서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과 대주주 중 유일한 국내 민간기업인 한화테크윈(012450)의 입장도 난감해졌다.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받은 지 두 달도 채 안됐고, 한화는 2015년 삼성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삼성테크윈을 넘겨받으면서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각각 현물출자, 신성장동력 확보의 대가로 KAI 주식을 받았거나, 보유한 만큼 손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차·두산 떠날 때 홀로 남은 한화

방산비리에 대한 국민적 혐오감이 커진 시점에서 KAI 내부의 각종 비행이 드러나자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주가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AI의 주가 하락폭은 16.57%에 달했다. 지난달 첫 거래일 5만7000원이었던 종가는 불과 한 달 만에 4만3800원으로 23% 이상 주저앉았다. 비리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5월 마지막 거래일(6만3400원)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날아간 셈이다.

현재 KAI 지분을 5% 이상 가진 투자자는 26.41%를 보유한 △수출입은행 △국민연금공단(8.04%) △한화테크윈(6.0%) 등 세 곳이다.

2015년까지는 한화테크윈과 함께 현대자동차, 두산그룹 계열사인 디아이피홀딩스 등 대기업 세 곳이 각각 10%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대차와 두산은 지분율을 꾸준히 줄이다 지난해 1분기 KAI에서 완전히 발을 뺐다.

작년 1월 디아이피홀딩스가 보유지분 전량(5%)을 블록딜했고 현대차는 1월과 3월에 걸쳐 역시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손을 털었다. 비슷한 시기 단순투자목적으로 5%의 지분을 사들였던 미국계 자산운용사 본토벨 에셋 매니지먼트(Vontobel Asset Management, Inc.)역시 그해 3월 이후 꾸준히 주식을 팔아 치워 이내 대주주 명단에서 사라졌다.

한화테크윈도 10%였던 지분율을 6%까지 낮췄지만 김승연 회장이 방산사업에 애착이 큰 것으로 유명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당장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1년 6월 KAI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당시 주가는 2만원대였고 현대차가 작년 3월 주당 7만200원에 블록딜을 성사시켰음을 떠올리면 상대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반대로 한화가 삼성테크윈을 품고 방산사업 강화를 천명한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KAI 인수설이 이번 사태를 분수령 삼아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화는 일단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KAI의 내부비리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화 관계자는 "같은 방위산업체로서 관련 사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 지분매각이나 인수 추진 등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KAI 내부의)분식회계나 비리혐의에 대해 아직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고 감독당국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KAI가 주주에게 고의적으로 손해를 입혔거나 최소 방조한 것이 분명하지만 당국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것이다.

◆"수은, 지원 아닌 폭탄 떠안은 꼴"

한화가 냉정을 유지하는 반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처지는 더 딱하다. 정부는 올해 3월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부실한 수출입은행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조1000억원 상당의 자본확충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고민 끝에 결정한 방법이 산업은행 몫의 KAI 지분을 넘기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지원이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산업은행은 보유주식 1853.7547주(19.02%)에서 33만3062주(0.34%)만 남기고 모두 수출입은행 앞으로 현물출자했다. KAI의 최대주주가 공식적으로 산업은행에서 수출입은행이 된 것도 이때다.

출자 당시 수출입은행이 넘겨받은 지분가치는 주당 6만4100원, 총 1조1669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한 달여 동안 앉은 자리에서 4000억원 가까운 거액을 까먹게 된 셈이다.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수출입은행으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KAI가 지난 5월 발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역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회사는 이달 만기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세 곳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했고 3년물과 5년물 경쟁률이 각각 1.90대 1, 2.00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례없는 분식회계 사태로 회사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지면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KAI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7118억 2184만원, 매출총이익은 1435억 6001만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매출 비중이 37.5%(2670억원)로 가장 높으며 △아시아 1996억원 △유럽 1444억원 △북미 991억원 △남미 15억원 순이다.

무엇보다 국내매출에서 방위사업청 등 정부기관 몫이 98.7%(2636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최근 상황은 상당한 악재다. 기대를 모았던 국산 헬기 '수리온'이 사실상 좌초된 상황에서 수사결과에 따라 공공입찰 배제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탓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1일 KAI 전직 본부장 A씨를 수억원대 배임수재 혐의로 붙잡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달 24일에는 손승범 전 인사운영팀 차장을 공개 수배하는 등 수사 동력에 힘을 싣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어느 선까지 겨눌지 확신할 수 없지만 현재는 수사 확대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