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누리기 위한 은퇴자금 마련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요. 늘어난 수명만큼 돈의 수명도 늘릴 수 있는 '노후 자금 인출 전략'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노후 자금을 충분히 모았다고 지나치게 많이 꺼내 쓰다가는 일찌감치 노후자금이 바닥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에는 생활수준이 심각하게 추락하게 되겠죠.
결국 인출전략이란 '노후자금을 자신의 기대수명에 맞춰 어떻게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꾸준히 인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20여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무관리사로 일하던 윌리엄 벤젠이 고안한 '4%의 법칙'을 가장 간단하고 편리한 노후자금 인출방법으로 제안했는데요.
벤젠은 실제 금융시장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한 끝에 1994년 4% 법칙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은퇴 첫해 노후자산의 4%를 인출액으로 삼는 방법으로, 이렇게 할 경우 노후자산을 30년 이상 유지 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후자산 인출방법을 소개할 때 4%법칙을 빼놓지 않는데요. 이 방법은 국민연금이나 연금상품을 제외하고 노후자산의 4%를 인출하고, 다음 해부터는 물가상승에 맞춰 증액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노후자산으로 3억원이 있을 때 4% 법칙에 따라 첫해 3억원의 4%인 1200만원(월 100만원)을 인출합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전년 인출금인 1200만원에 물가변동률을 가감해 인출하는 것이죠.
지난 2001년부터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평균 2.8%이었습니다. 이것을 활용하면 기존 4%에 2.8%를 더한 1234만원을 인출하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겠네요. 그러나 4% 법칙은 적절한 투자를 병행하지 않으면 노후자산이 금방 바닥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계리사회(SOA, Society of Actuary)에서는 계리사이자 투자전문가인 에반 잉리스(Evan Inglis)의 안심 인출전략(Feel Free)을 제시했는데요.
잉리스의 필 프리 법칙은 4% 대신 숫자 20을 활용합니다. 부부 중 어린 사람의 나이를 20으로 나누는데, 그 몫이 바로 올해 인출액을 결정하는 인출률입니다.
예를 들어 65세 남편 A씨와 64세 아내 B씨가 있다고 가정하고, A씨가 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아내 연령(64)을 20으로 나눈 값은 3.2, 즉 3.2%인 960만원(월 80만원)만큼은 그 해에 마음 놓고 생활비로 인출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은퇴연구소는 필 프리 법칙은 아주 보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4%법칙보다 인출액이 적어서 당장 허리끈을 졸라매야 하지만 그만큼 노후자산이 바닥날 위험에선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이 법칙에 따라 계산한 인출액이 적을 경우 임의적으로 조금 올려도 되지만, 그럴 경우 노후동안 중간 자산상황을 반드시 점검해야한다고 연구소는 조언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노후자금 인출 상한선 확인은 어떻게 할까요. 이는 필프리 인출액을 계산할 때 배우자의 나이에서 20을 나눴다면, 상한선을 알아볼 때는 10으로 나누면 됩니다.
A씨의 아내 연령(64)을 10으로 나누면 6.4, A씨 노후자금 3억원에서 6.4%인 1920만원을 꺼내쓴다면 틀림없이 노후자산은 바닥납니다. 의료비처럼 일회성 목돈의 경우 '노 모어' 인출액 이상 꺼내 쓰는 건 불가피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생활비로 이 금액 이상 꺼내 쓰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합니다.
이런 가운데 은퇴연구소는 '4%법칙'과 함께 '필 프리' '노 모어' 법칙을 병행하면 꽤 그럴싸한 인출전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먼저 4%법칙에 따라 매년 인출액을 정합니다. 여기서 '필 프리' 법칙을 그 해 인출액 하한선, '노 모어' 법칙을 상한선으로 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가진 자산에 비해 너무 적게 꺼내 쓰거나 지나치게 많이 인출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노후자금 3억원이 있을 때 그 4%인 1200만원(월 100만원)을 첫해 꺼내 쓰고, 다음해부터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출액을 점차 늘려갑니다. 여기까지는 4%법칙과 똑같습니다.
그러다가 인출액이 '필 프리' 기준 보다 낮아지면 그해 인출액을 추가로 더 늘립니다. 노후자금 운용성과가 좋아서 생활수준을 더 높여줄 수 있는 경우죠. 그 후 어느 때 인출액이 '노 모어' 상한선을 넘길 경우 상한선 밑으로 인출액을 큰 폭으로 줄입니다. 가까워진 노후파산을 피하기 위한 조치가 되는 셈입니다.
김혜령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자금에 대해 은퇴자들은 혹시라도 죽기 전에 노후자금이 먼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결국 수명이 늘어난 만큼 돈의 수명도 늘려 둘을 일치시키는 것이 인출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에 노후자산관리에서 이제는 인출에 관심을 가질 때"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