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없어서 못 판다는 삼성전자(005930) 무풍에어컨. 이 같은 대박은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모두가 찬바람이 몸에 닿아 시원해진다며 바람을 마구 쏘아내는 데 집중하던 때, 누군가는 십만여개의 작은 구멍에서 차가운 기류를 서서히 뿌려도 충분히 시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낸 것.
그 결과 삼성전자는 5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을 투자, 직바람이 몸에 닿지 않아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무풍에어컨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출시 첫해 자사 스탠드형 에어컨 판매량의 70%를 차지했으며, 올해 출시된 벽걸이형 판매량까지 합하면 올 상반기까지 누적 55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배 성장한 수치다.
기자는 19일 무풍에어컨 디자인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서울 R&D 캠퍼스'를 찾았다. 약 5만3000㎡(제곱미터) 부지에 5000여명이 상주하는 이 곳은 삼성전자 디자인의 심장부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디자인을 중요시했던 건 아니다. 양으로 승부하던 1990년대, 이대로는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발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1993년 '신경영선언'을 선포한다. '양보다 질'이라는 전략을 가져가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이후 본격적으로 디자인 조직을 키웠다. 그러나 디자인 부서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닳고 타 부서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2015년 서울 R&D 캠퍼스로 전격 이전했다.
이에 기자는 디자인 동으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150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사운드랩 △홈 익스피리언스랩 △CMF(Color, Material, Finish)랩 △디자인라운지 등에 분포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중 사운드랩에서는 에어컨·스마트폰 등 삼성전자에서 제작하는 거의 모든 제품의 음향을 기획부터 제작, 튜닝까지 전 과정을 맡고 있었다.
에어컨 동작음,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발신음 등 실생활에서 익숙히 듣던 효과음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들은 모두 이 곳에서 탄생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특히 갤럭시S8에 탑재된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Bixby)'의 음성도 이 곳에서 녹음했다는 부연도 나왔다.
이어 방문한 홈 익스피리언스랩은 꽤나 흥미로웠다. 171㎡ 규모의 공간을 가정과 같이 꾸며놓은 곳으로 TV부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을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약 30개 가전이 설치돼 있었다.

홈 익스피리언스랩 책임자에 따르면 이 곳은 실제 사용자들을 초청해 사용해본 후 피드백을 얻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용도로 사용된다. 연간 500명가량의 고객이 다녀간다.
이날 송현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조형미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능과 편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서울 R&D 캠퍼스를 떠나던 중 만난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터장(전무)도 "그간 디자인 경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그 결과 주요 제품에 삼성만의 디자인 철학과 독창적 디자인으로 업계 변화를 주도해왔다"고 말을 거들었다.
여기 더해 "무풍에어컨이 서울 R&D 캠퍼스의 대표 성공사례"라며 "약 5년간 개발과 디자인 부서간 협업이 긴밀히 이뤄진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