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감사원이 3대 이동통신사의 '갑질'을 사실상 눈감아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해 감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통사들이 제휴할인 계약을 맺은 프랜차이즈업체 가맹점에게 할인비용을 떠넘겼다는 논란에 대해 공정위가 수년 동안 소극적으로 대처한 이유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공정위에 대한 실지감사를 진행해 문제가 확인될 경우 관련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 공정거래법 등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심결 구성원이 대부분 특정 학교 동문으로 공정위 내에서 비슷한 경력을 쌓은 것이 확인돼 눈길을 끈다.
단정 짓기는 이르지만 과거 '관피아' 혹은 '모피아'로 통하는 인맥 카르텔이 공정위의 느슨한 일처리와 솜방망이 처분의 배경일 가능성을 지우기 어려운 탓이다. 지연과 학연, 출신성분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직일수록 개혁, 효율성과는 반대로 굴러가기 쉽다.
◆ 연간감사계획의 일환, 기습 감사 아냐"
이번 공정위 감사는 감사원의 2017년도 연간감사계획에 따른 것으로 이미 예정된 일정이다. 다만 일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감사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감사원은 3대 이통사의 '제휴할인 떠넘기기'에 대한 공정위의 처리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국회와 시민단체를 통해 꾸준히 제기된 문제를 공정위가 3년 가까이 묵살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공정위의 늑장, 허술한 사건처리는 과거에도 수차례 감사원 지적을 받은 사항이다. 감사원은 2010년 중소 하도급 업체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을 꼬집었고 2015년 11월에는 두루뭉술한 과징금 산정 등을 짚었었다.
특히 2014년 '4대강 살리기 사업' 턴키 공사 담합사건 관련 감사는 공정위의 총체적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시 감사 통보문을 보면 공정위는 진행하던 조사를 장기간 중단하는 등 고의적으로 지연 처리했고 '청와대와의 사전협의가 필요하다'는 내부방침을 정해 정치적 의중에 따라 심사기간을 고무줄처럼 잡아 늘린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규정된 전원회의 회의록을 부실하게 작성한데다 속기록과 녹음기록은 아예 생산하지 않은 것도 지적사항에 포함됐다. 이는 공정위 심결에 대해 신뢰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심결위원회 장악한 '서·행·공 라인'
반복되는 문제 지적을 두고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위원회 심결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위원회심결을 통해 공정거래법 등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다. 심결은 위원장(장관급)과 부위원장(차관급), 상임위원(3명)과 비상임위원(4명) 등 9명의 구성원 모두 참석하는 전원회의와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해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소회의로 구분된다.
그런데 현재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세 명은 모두 비슷한 시기 행정고시를 거쳐 공정위 내부에서 승진을 거듭한 내부자며 한 명만 빼고 모두 서울대 동문이라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서울대-행정고시-공정위'로 이어지는 인맥 고리는 과거 '모피아' 혹은 '관피아'로 통하던 인맥 카르텔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폐쇄적인 조직으로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위원의 자격요건은 '공정거래나 소비자 분야에 경험, 지식이 있는 자'로 한정돼 있다. 즉 공정위 내부 인사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님에도 유독 내부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과 김성하 상임위원은 행정고시 31회 동기며 내부승진을 거쳐 각각 2012년과 2014년 경쟁정책국장을 역임했다.
곽세붕 상임의원은 행시 32회로 역시 공정위 경쟁정책국을 거쳐 대변인과 소비자정책국장, 경쟁정책국장을 지냈고 행시 33회 출신인 채규하 상임위원 역시 공정위 대변인을 거쳐 작년 시장감시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4명의 비상임위원의 경우 일부 외부 인사가 포진했지만 역시 3명이 특정 학교 출신이 장악했다. 이재구 숭실대 교수는 행시 23회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을 거쳐 1990년 공정위로 자리를 옮긴 내부자다.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교통상부 통상전문관과 교육부 학술진흥정책자문위원장을 지낸 다음 2년 전부터 공정위 비상임위원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 국세청 국세심사위원을 겸임했다.
고동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8년부터 공정위 정책평가민간위원으로 활동한 규제개혁 전문가로서 2009년부터 2년간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김상준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행시(26회)와 사시(25)를 동시에 합격한 인물로 행정과 법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서울대, 행시 출신이라는 연결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