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씨티은행이 진행 중인 대규모 점포 폐점의 궁극적 목적이 개인고객을 배제하고 '부자고객'만 상대하는 디마케팅(Demarketing)의 초석이라는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이 실제 수치로 나타나 주목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지난 3월 '은행 점포 80% 폐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까지 주 고객층 8000명 이상이 이탈했다. 씨티은행 폐점 계획은 올해 하반기 이후 점포를 현재 126개에서 25까지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지역별 폐점 예정 점포는 서울·수도권 84개, 지방 17개 총 101개로 씨티은행은 지난달 16~17일 이틀에 걸쳐 해당 지점 이용 고객에게 폐점 관련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보다 편리하고 접근이 용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으로 향후 지점 대신 모바일앱과 인터넷뱅킹, 타행 ATM기를 이용하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다.
이와 관련,은행 측은 금융거래 95% 이상이 영업점 방문이 아닌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지는 추세에 맞춰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 확대를 위한 혁신전략이라는 점을 점포 폐점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점포 재편이 비대면 거래 확대를 위한 모바일 혁신이라기보다 고객을 걸러내기 위한 디마케팅 전략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디마케팅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객을 밀어내는 것으로 돈이 안되는 고객과는 거래를 끊고 우량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인력과 비용을 절감, 수익은 극대화하려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노조 측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비대면의 증대로, 더 이상 점포유지의 필요성이 없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전례 없이 과감한 점포 정리 계획은 고객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현재 가파른 속도로 고객이탈과 자금이탈이 발생되고 있다"고 맹비판 중이다.
실제 노조 측 조사를 보면 △씨티골드(2억 원 이상 예치) △씨티 프라이어리티(5000만원 이상 예치) △씨티뱅킹(1000만원 이상 예치) 등급 고객들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각각 1752명, 7045명씩 총 8797명이 씨티은행을 이탈했다.
이에 따른 자금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시입출금과 정기예금을 합친 이탈예금은 4월 1427억, 5월 3047억으로 총 4467억원이 빠져나갔다.
노조 측은 "고객들 입장에서 비대면을 통한 기본적인 거래는 가능하더라도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대면거래 시 상당한 불편이 예상돼 점포폐점 전에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은행 측은 고객·자금이탈 수치는 장기간 거래가 없는 계좌를 정리하면서 일시적으로 줄었다는 의견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자산 2억원 이상의 고객 수는 변화가 없으며 일반 고객의 경우 무거래 신탁 계좌를 정리하면서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수시입출금과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해 말 11조6000억원에서 지난달 말 기준 11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에 자금이탈이 점포 통폐합 영향이라는 주장은 맞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점포 폐점 외에도 씨티은행의 디마케팅전략은 그동안의 행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씨티은행은 수신고 5000만원 이상 고객을 자산관리 대상 부유층으로 설정하고 수신고를 기준 삼아 고객 등급을 나누고 수신고가 높을수록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 씨티은행은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계좌유지수수료 제도를 도입, 6월 이후부터 신규 계좌를 개설할 때 잔고가 1000만원 미만으로 창구업무를 이용할 경우 한 달에 5000원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노조 측은 "계좌유지수수료뿐 아니라 일반고객에게 면제하던 각종 수수료를 다시 부활시킬 예정이면서도, 부자고객에겐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고객 밀어내기 전략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씨티은행은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지점을 개편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씨티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 플랫폼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종합 자산관리 상담 시스템 'TWA(Total Wealth Advisor)'를 출범하고, 새로운 자산관리 상담 시스템을 선보이는 등 부자들의 자산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비대면거래에 중점을 두겠다곤 하지만, 대규모 점포 폐점과 씨티은행의 운영 방법이 부자고객 맞춤 전략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결국 개인고객과 금융소외계층을 외면하는 모습으로 번져 도의적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