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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전쟁 보고서 1탄] 이통사, 현금 11조 먹고도 '약골' 자처

SKT 작년 잉여현금만 7300억, KT 3400억·LGU+도 251억 남아

이수영 황이화 기자 기자  2017.06.07 1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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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는 최근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총 3회에 걸쳐 △이동통신 3사의 현금창출 현황 △국내 통신업계의 기형적인 독과점 구조 △3대 이통사의 부당행위 적발 내역 및 처분결과 일지 순으로 보고할 예정이다.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국정기획위)가 6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를 보이콧한 가운데 이튿날 "주말(11일)까지 통신요금 인하 실천방안을 보고하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던졌다.

이는 정부가 직접 주무부처를 압박해 휴대폰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를 관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동시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영업익 8조 감소' 엄살인 이유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기본료 폐지에 대해 업계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5378만명의 요금을 일괄적으로 1만1000원씩 깎아줄 경우 약 7조9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전망된다.

연이은 이슈에 이통사마다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복적으로 토로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적자가 심해 투자여력이 사라질 게 확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조건 기본료 폐지만 요구하지 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주길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또 "예를 들어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요금제 개편이나 (전체 휴대전화 가입 회선의 15% 정도인)2G·3G 요금제만 선별적으로 폐지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더 이상은 무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통사들의 살림살이가 꽤나 여유롭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파악됐다. 가뜩이나 기업들이 '엄살'을 떤다며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가운데 구체적인 수치가 입증될 경우 궁색한 변명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을 통한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규모다. 지난해 이통사들은 차입이나 증자 없이 영업만으로 11조원을 순수 현금으로만 벌었다. 역시 과점체제인 국내 담배시장에서 60%를 점한 KT&G가 같은 기간 1조4900억원인 것에 비하면 막대한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회계사 A씨는 "통신사는 매달 가입자들이 내는 요금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그만큼 현금 회수도 빠르고 대손(외상) 위험도 낮은 편"이라며 "다른 산업에 비해 안정적인 현금유입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3대 이통사가 공시한 작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영업활동으로 4조2432억원을 벌었다. 이는 당기순이익 1조6601억원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KT 역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5530억원) 대비 무려 8.7배나 많은 4조8615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LG유플러스도 당기순이익(4927억원)의 4.5배를 웃도는 2조2248억원을 끌어왔다.

업체마다 순이익의 최소 2배, 많게는 8배 넘는 돈을 순수 현금으로 빨아들이면서 감가상각비와 세금, 차입금을 모두 빼고도 남는 돈, 즉 잉여현금(free cash flow)도 풍부하다. 일례로 업계 1위 SK텔레콤은 2016년 말 7363억원의 잉여현금이 발생했고 다음은 KT 3408억원, LG유플러스 251억원 순이었다.

◆KT 수천억 배당금, 절반이 외국인 몫

결과적으로 이통업계가 강조하는 '투자활동'에 쓴 것보다 충분히 많은 돈을 벌었고 그만큼 요금인하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가입자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며 손사래만 치고 있다.

업체들은 가입자 혜택이나 요금감면에 인색한 대신 주주에 대한 현금배당과 기업인수(M&A)에 더 집중했다. 민영화된 KT를 빼고 각 기업의 최대주주는 모기업, 즉 재벌그룹사다.

2011년 하이닉스 인수에 3조1000억원을 쏟아 부은 SK텔레콤은 작년에 주당 1만원씩 총 7060억원을 통 크게 현금배당했다. 최대주주 SK(25.22%)가 이 중 4분의 1인 2036억원을 챙겼고 2대 주주 씨티은행(Citibank ADR·10.91%)도 700억원 넘게 가져갔다.

KT 역시 2년 연속 배당액을 늘려 주당 800원, 총 1959억원을 배당했다. 대주주인 국민연금(10.34%)과 일본 NTT도코모(5.46%)가 각각 215억원, 114억원씩 들고 갔으며 LG유플러스도 당기순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배당했는데 역시 최대주주는 LG(36.05%)다.

심지어 SK텔레콤 지분의 42.41%, LG유플러스 44.53%는 외국인 몫이고 KT는 외국인지분율이 49%에 이른다. 현금배당을 통한 국부유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통신업계가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이유다.

◆힘 받는 비관론 "기본료 폐지는 꿈"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통신비 인하를 지지하는 여론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럼에도 실현여부를 두고는 비관론에 힘이 실리는 게 사실이다. 새 정부 출범 초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공약을 과거 정부처럼 어물쩍 넘길 수 없을 뿐, 그중에서도 기본료 폐지는 업계가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안병도 IT 평론가는 올해 1월 출간한 '플랫폼의 마피아'를 통해 기본요금 폐지는 우리나라 통신사업의 근본부터 뒤집어엎는 시도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안 평론가는 "이통사에게 있어 통신망은 철저히 수익추구의 도구고, 기본요금은 고정 수익이자 고가요금제 가입자와 싼 요금제 가입자의 격차를 메워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꼬집었다.

여기 더해 "기본료 폐지는 이런 '한국적 수익구조'를 밑바닥부터 뒤집어엎으라는 것인데 단시간에 변하기도 힘들고 변할 동기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이를 문제 삼아 강력한 제재에 나서더라도 행정소송으로 불복하거나 이르면 내년쯤 예정된 주파수할당 경매에 3사가 보이콧하는 등 맞설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휴대폰 요금에 붙는 부가세 세입 감소를 일부 감수해야 한다는 딜레마도 있다. 2015년 국세청이 거둔 부가세는 54조원이 넘고, 올해 세입에서는 처음으로 7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 정책을 주시하고 있는 금융투자업계도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 민간 기업을 압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수위조절을 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쏠렸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단 가입자 규모가 적은 2G와 3G 요금제에서 우선적으로 기본료가 사라질 경우 가입자간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고 실제 요금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기본료를 일괄적으로 낮췄지만 적잖은 부작용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또 "새 정부가 4차 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인위적으로 통신요금을 손보는 것도 법적,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요금 인하 정책을 강행할 경우 통신사 국유화 이슈가 다시 불거지는 부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기본료 폐지는) 4차 산업혁명과 5G 네트워크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이라며 "이미 투자가 끝난 2G나 3G 가입자에 대한 기본료 폐지 논의는 긍정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